곽동기를 아시나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더 일찍 옵니다
혹시, 농구 좋아하세요? 믿으실지 모르지만, 제가 왕년에는 동네에서 한 ‘덩크’했습니다. 키 크다고 다 농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10대 시절에는 날렵한 점프를 선보이며 에이스로 뛴 적이 ‘있었었었’습니다. 편을 나누면 그렇게 그렇게 저를 데려가겠다고, 데려가겠다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분명히 ‘믿으실지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했습니다. 끙)
각설하고요. 혹시 곽동기를 아시나요? KCC 프로농구단 선수인데요. 이정현이나 송교창 같은 스타플레이어는 아닙니다. (네? 이정현, 송교창도 모른다고요?... 그냥 그 팀을 대표하는 국대급이 있어요.)
곽동기는 올해 스물다섯 살입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KCC에 지명됐는데요. 농구 명문 ‘삼일상고’를 졸업했고, 상명대를 나왔습니다. 대학 농구는 연고대와 중앙대 정도를 A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곽동기는 비주류인 셈이죠.
곽동기 선수의 올 시즌 성적입니다. 그런 그가 ‘신 스틸러’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민머리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탈모가 아니라는데요. 어린 나이에 이미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곽동기는 드래프트 장에 정장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팀에서는 그의 짧은 머리를 빗대 ‘키위’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곽동기는 아직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코트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2군 격인 D리그에는 간간이 출전하는데요. 노력파라고 불리지만, 메인 코트에서 뛰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곽동기가 어제 인생 경기를 펼쳤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은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데요. 곽동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날 곽동기는 기회를 받았고, 그간의 노력들을 코트 위에서 보여줬다. 그는 KGC 인삼공사 상대로 20분 18초를 소화했으며 8점 4 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 리바운드, 출전 시간, 어시스트 등 모든 기록지가 커리어 최고 기록이었다. 통산 5번째 출전 경기에서 곽동기는 잊지 못할 하루를 남긴 것이다. 2022년 3월 27일 《점프볼》 <‘전 부문 커리어하이’ KCC 곽동기, 3년 만에 빛을 발하다> 중
곽동기 선수가 프로 데뷔 후 첫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SPOTV 영상 캡처.‘고교 동창’ 송교창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벤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던 곽동기. 그에게 어제 경기는 정말 잊지 못할 하루였을 것 같습니다. 곽동기는 경기가 끝난 뒤 프로 데뷔 후 첫 수훈 선수 인터뷰했습니다. [KBL] '전 부문 커리어하이' 인생 경기 펼친 곽동기 인터뷰
진행자: 승리 소감부터 들어보죠?
곽동기: 되게 오랜만에 게임에 나왔거든요.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행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 답답하고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합니다.
곽동기: 남아있을 땐 연습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슈팅 연습도 열심히 하고.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요. 이 순간을 기다렸거든요. 오늘 기회를 받아서. 잘한 건 아닌데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친구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당하게 “네”라고 말했습니다. 여자 친구와 부모님 중에 누구한테 먼저 전화할 거냐는 질문에는 “부모님께 먼저 하겠다”며 그동안 응원해준 부모님께 “사랑합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예의도 바릅니다. 곽동기 선수가 코트에 설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는 더 빨리 찾아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곽동기를 보면서 ‘쨍하고 해 뜰 날’은 누구에게나 온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연고대, 중대 출신 아니면 어떻습니까. 출신학교가 어디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실력자이냐를 더 쳐주는 세상 아닌가요? 송교창 선수도 지난 시즌 프로농구 사상 첫 '고졸 출신 MVP'에 올랐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면 조중동, 한경오 기자만 기자인가요? 저처럼 열심히 뛰는 기자가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두 달 후면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출마자마다 ‘준비된 일꾼’이라고 자처합니다. SNS를 들어가 보면 많다 못해 차고 넘칩니다. 출퇴근 거리 인사를 했다고, 노인회관 앞에서 인사드렸다고, 어디 행사장에 가서 인사했다고. 사진을 여러 장씩 올리면서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립니다. 정치 신인들이 더 열심입니다. 곽동기처럼 ‘꿈의 무대’를 밟으려면, 그 정도 수고와 노력은 당근 빠따 필수겠죠.
다만, 사진보다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 출마했는지, 공약과 비전은 무엇인지 같은 정책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면 어떨까요? 그간 살아온 길을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그런게 오히려 지역 주민들에게 더 먹히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오늘은 어딜 가서 뭐 했네, 누굴 만났네 보다 훨씬 참신하고 매력 있을 것 같은데요.
제8회 동시 지방선거가 이제 65일 남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정치부 기자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저와 친분 있는 분들이 곳곳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단체 문자도 수시로 옵니다. 페북 친구 요청도 쇄도합니다. ‘좋아요’와 ‘최고예요’ ‘멋져요’ 누르는 분도 부쩍 늘었습니다. ‘평소에 좀 하시지’ 하면서도요. 이제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대시’로 알고 반갑게 대할 작정입니다.
빨간 당이든, 파란 당이든, 노란 당이든 잘 되길 기원합니다. 그저, 제가 가진 표가 한 표인 것이 유일한 슬픔입니다. 암만 친하다고, 편향적인 기사는 못 씁니다. 아니, 안 쓸겁니다. 사심 때문에 4년 계약직 일꾼을 함부로 채용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기사로 공정 보도하겠습니다. 부디 국회의원을 섬기는 꼬붕 머슴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머슴이 되길 바랍니다.
모든 성장은 강력한 적수를, 혹은 문제를 찾는 데서 드러난다. (중략) 적수들을 이겨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적수들, 즉 그 대등한 적수들에 대해서, 자기의 온 힘을, 유연함과 싸움 기술을 힘껏 발휘하는 데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57쪽
죽어라 뛰면 붙고, 붙으려고만 하면 떨어질 겁니다. 떨어지면 죽을 만큼 아플진 몰라도, 그렇다고 죽진 않을 겁니다. 그렇게 떨어졌던 분들이 죽지도 않고 또 나왔으니 말입니다. 곽동기처럼 남아있는 시간 동안 진짜 열심히 (선거) 운동하세요. 얼마나 준비된 후보인지는 두 달 뒤 유권자들이 표로 선택할 겁니다. 6월 1일 우리 동네 일꾼이 될 ‘곽동기’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