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때려잡기

우리가 뉴스를 찾는 게 아니라, 가짜 뉴스가 우리를 찾아온다

by 류재민

‘보이스피싱’이라고 아시죠? 세치 혀와 뚫린 입으로 사기를 치려는 못된 자들의 전화를 받아본 분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대개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나 보이스피싱에 속아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데요. 저 같은 중장년층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왕왕 있습니다.


신종 수법이 얼마나 교묘하고 그럴싸한지, 피싱인 줄 알아채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만큼 언론계에서 퇴출해야 하는 간악한 주제가 ‘가짜 뉴스’입니다. 거짓을 진짜처럼 교묘하게 속여 혹세무민 하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보이스피싱처럼 금전적 피해나 손해를 입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사회악을 만들어내죠. 심지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4년 ‘쓰레기 만두’ 사건입니다.


당시 유명 만두 체인점이나 전국 분식점에 만두를 납품해오던 한 식품회사가 중국산 저질 단무지나 썩은 무로 만든 불량 만두소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밖에 24개 식품업체에서도 해당 회사의 재료를 사용해 불량 만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뉴스의 휘발성은 막강했습니다. 사람들의 강한 분노를 유발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증시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동안 만두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만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큰 피해와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업체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한동안 만두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만둣집 사장님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건 발생 한 달 뒤, 식약청 검사 결과 만두소에 유해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량 재료로 보도했던 썩은 무말랭이와 단무지는 애초에 만두소로 넣을 게 아니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하려고 했던 거죠.

엎질러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는 법입니다. 당장 언론에 대서특필되면 관련 업계는 초토화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애먼 업체 대표만 죽음에 이르게 만든 어이없는 보도였습니다. 그 어떤 언론사도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트릭>은 이 쓰레기 만두 사건을 소재로 삼기도 했습니다.


어디 쓰레기 만두뿐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시절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그랬고, 1989년 시작해 7년 9개월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삼양라면 공업용 우지 파동 사건’이 그랬습니다. 특히 사람들은 먹는 걸로 장난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보도 하나에 타격을 받는 업체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럼 M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어떨까요? 가짜 뉴스가 판칠 환경은 더 넓어졌습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거짓말 범벅의 정보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럼 'M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어떨까요? 가짜 뉴스가 판칠 환경은 더 넓어졌습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거짓말 범벅의 정보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규제와 처벌이 약하다 보니 가짜 뉴스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활개 치고 있습니다.

피해자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대 간의 갈등, 진영 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팩트체크를 하지 않은 유튜버들이 버젓이 언론 행세를 합니다.


가짜 뉴스 유포를 통해 ‘확증편향’을 가중하고, 정치세력화를 부추기고, 조회 수에 기반한 광고 수익을 챙기려는 의도입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다가 기사로 쓰는 언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AI(인공지능) 시대 더욱 심화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기자가 아니어도 알고리즘을 입력해 원하는 방향의 가짜 뉴스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롤프 도벨리(Rolf Dobelli)는 『뉴스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뉴스를 끊자”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뉴스는 진실과 더 멀어질 것이다. 알고리즘은 당신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창의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중략) 당신을 광고로 끌어들이고 당신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당신의 관심을 인질처럼 붙잡아 두려고 한다. (중략) 과거 거짓 선전 뒤에는 사람이 있었으며 그는 도덕적 양심과 싸워야 했지만, 미래에는 오직 컴퓨터 프로그램이 거짓을 생산할 것이다.” 『뉴스 다이어트』 196~197쪽


그런데 어디 그게 쉽나요? 무언가를 끊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술, 담배, 마약 등등. 씻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빼고 늘 손에서 떨어지지 휴대폰. 그리고 그 안에서는 메타 정보가 넘칩니다. 그 속에서 유령처럼 다가와 속삭이는 가짜 뉴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넘쳐날 겁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꼴로 가짜 뉴스 확산을 심각한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는 현지시각 지난달 3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선진국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상 가짜 정보 확산’이 자국에 주요한 위협이 된다고 꼽은 비율이 한국에서 82%에 달해 19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19개국 평균인 70%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합니다. 2022년 9월 1일, KBS, <한국인 82% “가짜 뉴스 확산은 국가적 위협”> 중


그럼 대체 어떻게 뉴스를 끊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가짜 뉴스를 때려잡을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뉴스 대신 책을 한 장 더 보시라고 권할 수밖에. 단편적인 기사보다 심층적이고 분석력 깊은 기사를 보라는 권유 밖에. 비판적 읽기를 습관화하라고 조언할 수밖에.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가짜 뉴스 1회 적발 시 경고, 2회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3회 적발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 벌금, 4회 적발 시 무기징역, 5회 적발 시.. 음.. 거기까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현실 가능성이 거의 0(제로)일 테니까요. 어쨌든 저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진짜 뉴스’를 쓰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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