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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Jun 23.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달려라, 유쾌한

첫날 러닝은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로 시작했다. 다운과 쾌한은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다음 트랙을 뛰기 시작했다. 

“사무장님, 심호흡하면서, 천천히요.”

다운은 쾌한의 옆에 바짝 붙어 뛰면서 보폭을 맞췄다.

“하나둘 셋 넷, 숨을 마셨다, 내쉬었다. 걷듯이 뛰는 거예요.”

쾌한은 잔뜩 긴장한 몸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100미터도 채 안 지나 숨이 차올랐다.

“안 뛰다가 갑자기 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벌써 힘드세요? 아직 한 바퀴도 안 돌았는데. 조금만 더 가보세요.”

다운은 계속 쾌한의 기운을 북돋았다. 400미터 트랙을 한 바퀴 돌았을 때, 쾌한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엉거주춤 뛰는 쾌한의 뒷모습은 마치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보였다. 이마에 맺혔던 땀은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트랙을 두 바퀴 돌았을 때, 쾌한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사무장님, 200미터만 더 가요. 오늘은 거기까지 합시다.”

다운은 쾌한의 등을 살짝 밀어주며 말했다. 쾌한은 대답할 힘도 없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한두 번 까닥거렸다. 쾌한은 그렇게 첫날 1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리고 운동장 한쪽 인조 잔디에 벌러덩 누웠다. 불룩 튀어나온 중년의 배가 급하게 요동쳤다. 다운은 가방에서 스포츠음료를 꺼내 쾌한에게 건넸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킨 쾌한이 음료를 받아쥐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뛰다 지쳐 터질 거 같네요.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 걸 왜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사무장님, 베리 굿입니다. 첫날치곤 아주 잘하셨어요. 이렇게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 풀코스 마라톤도 완주할 수 있겠는걸요?”

“뭐라고요? 풀코스 마라톤이요? 아유, 소장님. 그런 말 마세요. 듣기만 해도 토가 나오려고 해요.”

다운은 손사래 치는 쾌한의 표정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팔순 넘은 어르신도 거뜬히 뛰는데요. 사무장님 나이면 청춘이에요. 저랑 일주일에 두 번씩만 뛰어봐요. 1년 뒤면 하프코스는 눈 감고 뛰게 해 드릴 테니.”

“정말요? 제가 1년 만에 하프코스를 뛸 수 있다고요?”

“그럼요? 사무장님 하는 거 봐서 6개월 만에도 가능합니다.”

쾌한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달리기라면 호환 마마보다 무서웠던 그였지만, 다운에게서 ‘마라톤 완주’라는 말을 듣고 보니 자신감이 샘솟았다. 

‘정말, 정말 내가 마라톤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쾌한은 다운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운은 이미 그의 표정에서 마라톤 완주의 꿈을 읽었다. 흠뻑 젖었던 쾌한의 옷이 차츰 마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주섬주섬 옷과 가방을 챙겨 돌아갈 준비를 했다. 

“소장님, 내일은 2킬로미터 도전이요!”

“사무장님, 고정하세요. 그렇게 무리하다간 몸살 걸려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잖아요. 천천히요, 천천히. 아셨죠?”

쾌한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장 주변으로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집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앞길을 환히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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