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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한 삶 Mar 19. 2021

마지막이 아름다운 인연

난 직업상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들의 대부분은 직원들이다.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나면, 그들과 1년을 함께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1년 후에 연봉 협상이 되지 않으면, 그들과 헤어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아니면, 강사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내게 남아있는 기억은 떠날 때 그들의 뒷모습이다.



난 직원들에 대한 애착이 깊다.

면접을 봐서 채용 결정을 하고, 그들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곁에서 보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는 마음이 영 좋지 않고, 어김없이 잠을 설치게 된다. 보내기 힘들다고 평가가 온정적일 수는 없다. 노력이나 정성이 성과로 이어지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강사 관리에도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 정확한 피드백을 해주는 편이지만 , 예전엔 그러지 못했다.


​초보 원장 때 일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착한 원장이 되고 싶었다. 쓴소리만 하는 원장보다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는 그런 원장이 되고 싶었다. 어떤 강사를 채용했는데,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도 그렇고, 착하고 선한 심성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중간 평가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강사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예상은 빗나갔다.

결국은 그 강사가 맡았던 반은 무참히 깨졌다. 아이들이 퇴원을 결정한 것이다. 다시 한번 용기를 주며, 잘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난 아이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자존심이 상할까 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내 바람과는 달리, 여러 번의 시도에도 번번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학원을 떠나기로 한 마지막 날

“원장님, 결과가 안 좋아 죄송해요. 하지만, 구체적인 문제를 터놓고 알려주셨으면 결과가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아요. 아쉬워요”  난 아무 얘기를 하지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배려가 오히려 그 강사에게는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씁쓸하고, 미안한 마음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좀 더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었다면 그 강사는 더 나아지고 우리 학원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인연이라 믿는다.

아름답게 헤어지기 위해서 객관적인 피드백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으로  잘 헤어지기 위해서, 나중에 강사로 성공을 했을 때, 이곳에서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그 강사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을 아끼고  그들의 성장을 진정으로 바라는 원장의 모습이란 걸 그녀를 보내고 몇 년 후에 깨달았다. 그들의 뒷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것, 그랬을 때  결과가 안 좋아도 우리는 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는 것도.


오늘은 강의 평가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그들과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기 위해서

그들이 떠날 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난 오늘도 쓴소리를 할 마음을 가지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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