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온한 삶 Mar 24. 2021

걱정을 달고 사는 숙명


나는 잠귀가 밝다. 누가 옆에서 부스럭만 해도 일어난다. 그나마 밝은 잠귀가 사업을 하고 나서는 더 밝아졌다.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직원들 앞에서 너무 호들갑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가라 앉히며,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으나, 집으로 돌아오면 대표라는 타이틀은 내팽개치고, 밀린 숙제처럼 걱정 꾸러미를 펼쳐놓는다.



후배가 사업을 한다고 상담을 하러 왔다.
너무 힘들 거 같다고 말한다. 내 모습이 자기가 생각하는 대표의 모습이 아니었나 보다.
“그런 거까지 걱정해야 해요?”
당연한 걸 물어온다. 그런 거까지 걱정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힘든 내색은 금물이다.
어떤 대표들은 감정을 표정으로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어떤 효과가 있을까? 회사에 갔는데, 상사 얼굴이 어둡다면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
"오늘 사장의 기분을 건드려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일을 하는 것보다 비위를 맞추는데 직원들은 익숙해져 간다.



예전에 직원으로 근무했을 때,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상사는 얼굴에 그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출근했다. 출근을 해서, 상사 얼굴을 보면, 오늘은 어떻구나 라는 느낌이 바로 왔다. 아니나 다를까, 예민할 때 말을 잘 못하면 그날 혼나는 거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 혼난다 하더라도 그때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사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상사가 되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대표는 걱정거리를 달고 사는 숙명인데, 그게 얼굴 표정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생기는 문제들이 생길 때는 표정 관리하는 게 이리 어려운 건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한결같은 밝은 마음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걱정하며, 살기 싫다는 후배에게
‘그러면 사업은 시작도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대답을 했다.
후배는 사업을 시작하면 지금 겪고 있는 직장인의 고달픔은 해결되리라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난 그 대신 더 큰 걱정을 등에 매고 지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후배가 “인내심이 있어야겠네요.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짊어지려면”이라는 대꾸를 했다.



사업을 하는데에 있어서 정말 쉬운 일은 없다.

어려운 일인데 해결할 수 있는 일, 어려운 일인데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쉬운 문제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아랫사람들이 사장의 마음을 훤히 들어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속과 겉이 같은 것이 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난 사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항상 중심을 잡고 직원들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지혜로운 해결책을 주는 사람만이 사장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난 사장의 자격이 있을까?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다짐한다. 아랫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는 편안한 사장이 되기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