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만들어낸 세상 때문에 평균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듯하다. 최근 들어 G사의 가방, B사의 신발, S사의 냉장고, A사의 무선 이어폰 등이 어딜 가나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가격은 쉽게 생각해서 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TV, 휴대폰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것들은 소비자를 자극하고, 소비자는 살 수 있는 여력이 있거나 유행에 따라 제품을 산다. 그리고 그 소비자는 다시 SNS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또다시 그 제품을 언급한다.
그러한 제품을 사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이 뒤떨어졌다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게 이유라며 우울해한다. 미디어의 삶이 마치 보통의 인간이 누리는 삶 같아서 내 삶은 보통 축에도 끼지 못하는 비루한 삶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20여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은 명품을 걸치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몇 십만 원, 수백만 원 상당의 옷과 신발, 가방 등을 걸치고 다니는 '일부 부자'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이 있는지 실제로 보진 못했고, 꾸며낸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 세상에선 그런 학생들이 존재한다.
일부 부자 학생들이 명품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미디어에 의해 노출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의 행위가 미디어에 자주 거론되면서 평범한 학생들에게 자극을 준다. 어른이 되어 경험해도 늦지 않을 경제적인 격차를 10대 때부터 겪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관념을 심게 될 수도 있다.
뚜렷한 경제관념이나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미디어가 조장하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지 못하고 그저 자랑만을 위해서 구매하려는 행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 수준보다 훨씬 값비싸다는 것도 알지만, 다른 친구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나만 없으면 '내가 못 샀다고 놀림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처 Unsplash @nicolai-berntsen
10년 전의 100만 원과 지금의 100만 원은 가치가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큰돈이라는 건 여전히 변치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에 나오는 전자제품이나 의류는 100만 원도 훨씬 뛰어넘는 제품들이 많다. 그런 제품들을 누군가는 턱턱 사고, 매출 1위라는 기사가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저 제품이 불티나게 잘 팔린다니…. 난 경제적으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빨리 돈을 벌어 비싼 제품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행복의 기준이 견고하다면, 미디어가 조장하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정한 행복의 기준에 맞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기준을 확고하게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미디어가 말하는 평균에 따라 나 스스로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게 된다.
그러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광고도 하지 말고, 기사도 내놓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미디어가 자꾸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키는 것만 같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광고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는 그 미디어에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관심사에 맞춰서 광고 배너가 바뀌고,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명품차를 몰고 다닌다. 굳이 필요치 않았는데, 견물생심이란 사자성어처럼 눈에 보이게 되니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내 수준을 고려하니 사지 못하게 돼서 상대방과 비교를 하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많은 광고가 쏟아지는 이 세상에서 무조건 광고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광고는 금지!'라며 규제를 한다면 어떻게든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광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무엇인가?
바로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올바로 분간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부족하다면 행복의 기준은 또다시 흔들릴 것이다.
또, 이 글에서 간과한 게 있다.
우리는 미디어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 옆의 동료가 슈퍼카를 몰고 다니거나 내 이웃이 명품백 몇 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세상은 미디어가 아니다. 길거리만 나가봐도, 주변만 둘러봐도, 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기준에 맞게 살고 있다. 검고 작은 네모난 세상에 갇혀 그 순간 시야가 좁아졌을 뿐이다.
미디어에 현혹되지 말고, 내실을 단단히 갖춰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에 맞게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