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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Feb 19. 2021

안녕, 후투티!

후투티를 아시나요?

시장에 가는 길에 머리에 예쁜 왕관을 쓴 새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새라 신기하기도 했고, 먹을 것도 없는 잔디밭에서 얇은 부리로 쪼아대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했다. 새를 잘 몰라서 단지 부리가 길다는 것만으로 '딱따구리'인가? 하고 생각했다. 어떤 새 인지 알고 싶어서 새가 날아가기 전에 부랴부랴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 딱따구리를 검색하니 전혀 아니었다. 곧 내 눈에 들어온 연관검색어 '후투티'. 뭔가 느낌이 딱 왔다. 눌러보니 내가 본 새였다!


원래 후투티는 여름 철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로 점점 내려와 텃새가 되어가는 새라고 한다. 텃새는 어떤 지역에 일 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으면서 번식도 하는 조류로 참새 ·까마귀 ·까치 ·박새 ·꿩 ·흰뺨검둥오리 ·올빼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직접 찍은 후투티


즉, 후투티는 이제 참새, 까마귀, 까치처럼 일상생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후투티 같은 여름 철새는 여름의 따뜻한 기후를 찾아서 지역을 이동하는 새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지고, 먹을거리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 머무르는 게 에너지 효율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가 망쳐버린 지구에서 다시 살아남기 위해 후투티가 이 도심으로 온 것이 불쌍했다. 그때 살던 방식에서 완전히 달라져서 먹을거리도 새로 찾아야 할 것이며 도시의 소음이나 여러 불편함을 견뎌야 할 것이다. 또, 지금이야 처음 보는 새라 신기한 마음에 후투티에게 관심을 가져다주겠지만, 결국 후투티도 참새처럼 그냥 지나쳐가는 하나의 새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직은 개체 수가 적지만, 후투티가 번식을 해서 살면 우리는 비둘기처럼 후투티를 혐오하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이 망친 지구 때문에 기후가 변화해서 도심의 삶을 택한 새들인데, 인간이 그들을 내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출처 Unsplash @ecopanda / @markus-spiske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살고 있다. 주인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마음대로, 편한 대로 살수록 인간의 집인 지구는 점점 낡아져만 갈 것이다.


최근에 다행히, 지구는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로 인해 '제로 웨이스트', '비건' 등이 떠오르는 추세다. 이것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여 년 전만 해도 미세먼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먼 미래의 모습으로는 방독면을 쓰고 다니거나 상쾌한 공기를 파는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였다. 겨우 20여 년 만에 미세먼지 때문에 KF94 마스크를 쓴다. 지금도 마스크를 쓰는 게 답답한데, 방독면은 더더욱 답답할 것이다. 또, 공기를 파는 것이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이것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인간만 편한 삶은 곧 인간이 숨을 편히 쉴 수 없는 삶이 될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같이 한 집에서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미래에 조금 더 편한 삶을 살도록 지금은 조금이라도 불편해져야 한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henry-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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