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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26. 2021

결혼 안 한 사람이 이혼하기 더 쉽다.

이혼은 쉽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방영되었던 KBS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지만, 그중 부부 사이에 관한 사연이 자주 있었다. 사연이 전부 실제인지 조미료를 첨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든 아내든 방청객이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이를 야유 소리로 표현했다. 난 저걸 보면서 “저렇게 속상해할 거면 왜 이혼 안 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혼이 그렇게 생각대로 쉽나.”였다.


그렇다. 이혼은 쉽지 않다.


결혼은 두 사람만 사랑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양가의 집안이 합쳐지는 의식이므로 결혼은 쉽지 않다.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이혼이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양가 집안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하다가 지인까지 알아버린다. 지금 시대엔 이혼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게 덜하지만 아직까지는 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그 문제는 더더욱 복잡해진다. 아마 아이 문제 때문에 몇 년 동안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가 있을 것이다. “애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이혼하자.”라고 해놓고, 자녀들이 졸업을 하니 ‘애들이 대학 졸업하고 나서, 애들이 결혼하고 나서….’로 이어진다. 또 이 말은 ‘애들이 아이 낳고 나면….’으로 이어지고, 또 ‘애기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로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이혼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가지의 이유가 발목을 잡는다.


부부의 문제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 부부가 부부싸움을 굉장히 많이 해왔다고 가정해보자. 

<안녕하세요>에서 신동엽 님이 매번 하시는 말씀은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는 전쟁통의 상황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심리를 느낀다.’이다. 그래서 난 부부싸움을 해서 아이가 고통받을 바에야 차라리 이혼을 해서 아이가 심리상 안정적으로 자라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혼했다고 해서 아이가 다 정서적인 편안함을 느끼진 않는다.




‘이혼하는 게 아이의 정서에 더 좋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앞서 그렇게 얘기한 것은 오로지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부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선 멋대로 '누가 잘못했니, 네가 먼저 그랬니' 하고 판단해선 안 된다.


출처 Unsplash @kelly-sikkema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러이러한 남편(아내)’에 대해 글을 쓴다. 그러면 거의 80%는 댓글에 ‘빨리 이혼해라.’다. 물론 정말 심각한 사안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이혼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글을 보는 네티즌들은 '이혼' 단 두 글자만 쓰면 되지만, 그 일을 겪는 사연자는 두 글자가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뭐만 하면 이혼을 얘기하고 ‘부부상담을 받아보라.’ 같은 결혼을 유지할 수 있는 조언은 거의 없다. 텍스트로 보는 우리야 단편적으로 부부의 생활을 짐작하기 때문에 비틀어진 관계가 나아질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나아질 가능성도 조금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네티즌 말대로 이혼을 한다면 우리나라엔 이혼하는 부부의 수가 급증할 것이다.


그런 커뮤니티에는 기혼자뿐만 아니라 미혼자도 많이 있다. 그런 상황으로 결혼 생활에 대해 어림짐작하게 된다. 댓글 작성자의 결혼여부는 모르겠지만, ‘내 배우자가 그러면 바로 이혼이다.’, ‘이혼 안 하는 게 바보 아니냐?’ 등등 이런 류의 댓글이 많다.

인터넷으로 결혼과 이혼을 배움으로써 미혼자들은 그것이 실제보다 쉽다고도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글의 제목처럼 결혼 안 해본 사람이 이혼하기가 더 쉽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저 사람들이 결혼하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런 유형의 댓글은 ‘이혼은 쉽다.’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혼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이혼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풍조가 생겨나기 쉬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충분히 타협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무작정 잘라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혼하는 게 뭐 어때서?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따른 책임에 비해 말을 가볍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결혼과 이혼에서 오는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다면 말을 가볍게 해도 되지만,
정말로 그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는 자는
말을 절대로 가볍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그 책임의 무게가 무거운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nathan-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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