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생리대가 아닌 다른 생리용품을 쓰는 이유
대한민국 여자의 반 이상은 생리(월경, 정혈)를 한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 동안 쓰는 제품은 다양하다. 생리대, 탐폰, 생리컵, 생리 팬티, 면 생리대 등등이 있다. 아마 대부분은 생리대를 쓸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듯이 생리대 가격은 비싸다. 일반 동네 마트에 가면 생리대 중형 15개 정도 들어있으면서 가격은 6,7천 원이다. 때문에 요즘은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트보다 저렴하게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생리대를 미리 넉넉하게 쟁여놓는다.
초경에서 완경까지 평균 35년, ‘28일 주기’ 기준으로 평생 약 460회. 회당 출혈 5~8일 동안 하루 평균 최소 5개를 쓴다고 가정하면 1만 1,500개. 한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다. 생리대는 대부분 여성의 일생에서 2천 일 넘도록 생식기와 피부에 닿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출처 한겨레 21)
생리대에 피가 닿은 후 2시간이 지나면 생리혈에서 부패가 시작된다. 부패가 되면서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나온다. 그래서 생리대는 기본 2시간 간격으로 갈아주는 것이 정석이다. 이것이 정석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리를 하는 여성들은 양이 많지 않은 날에는 생리대를 3~4시간 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생리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위 내용에서는 생리대를 하루에 최소 5개 쓴다고 되어있지만, 2시간 간격으로 생각해보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8~9개를 써야 한다. 생리 기간 중 6일 동안 생리대 중형을 착용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간 동안 48~54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는 시간에는 오버나이트를 사용하고, 양이 적은 날에는 팬티라이너를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여자는 한 달에 최소 12,000원 이상 생리하는 데 비용을 쓴다. 최소 12,000원이지, 친환경 생리대거나 팬티라이너와 오버나이트의 가격까지 따진다면 한 달에 2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참고로 2016년 기준,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331원, 프랑스는 218원, 일본과 미국은 181원이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가격이 비싼 만큼 한국의 생리대 질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여성들에게 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비싸도 그냥 쓰라고 말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여성 청소년들은 생리대 비용이 없어 깔창이 생리대 역할을 하는데도 말이다. 이래도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용 문제뿐만이 아니다. 비용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그만큼 시간을 낭비한다. 그리고 생리대와 탐폰은 알다시피 일회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이 면 생리대를 쓰거나 생리컵을 사용한다.
난 몇 년 전쯤에 ‘생리컵’을 처음 알았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쓰인 제품인데 21세기인 대한민국에서는 생소했다. 생리컵이 여성들에게 알려지자 정식 수입이 되기 전부터 많은 여성들은 생리컵을 사려고 해외직구를 했다. 생리컵은 실리콘 재질의 반영구적인 제품으로 환경오염이 없고,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생리대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리컵이 알려진 계기가 그 당시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생리대 발암물질 리스트' 때문이었다. 발암물질이 포함된 생리대에 반해 생리컵은 실리콘이나 천연고무 소재였기에 많은 여성들이 구매를 했다.
그런데 생리컵에 대한 기사가 나오자 댓글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시켜 성희롱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본인의 몸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몸이고, 사회적으로 악을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불만을 가지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국내 업체에서도 생리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생리대는 가격만 비싼 게 단점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생리대 97%가 발암물질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를 자세히 다뤘다. 그 이후 ‘우리 회사 제품은 그런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검사 결과를 내놓는 마케팅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대에 대한 불신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에도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또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작성기준)
생리대는 여자들에게 필수 제품이고, 해로운 성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여자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로 소비자들이 생리대 업체를 상대로 소송했으나 패소한 사건도 있다. 식약처에서는 검출된 발암물질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패소했다는 기사 밑에 달린 댓글에는 ‘직접 만들어서 써라.’, ‘고소한 여성 단체 처벌하라.’라고 되어있었다. 아무리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발암물질에 대한 기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꼭 생리대 관련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누가 발암물질이 있는 제품을 써보라고 하면 기분 좋게 쓸 수 있겠는가? 발암 물질이 있다고 하면 찝찝한 마음이 당연히 들지 않는가?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찝찝한 마음이 듦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생리대를 착용할 수밖에 없다.
생리대에 대한 안전성 불신과 비싼 가격에 불만을 가진 여자들과 다른 생리 용품이 몸에 맞지 않는 여자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바로 아기 기저귀를 쓰는 것이다. 기저귀는 아기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면도 더 순할뿐더러 유해한 성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핑몰에 크린** 기저귀를 검색하면 아기들이 쓴다는 후기보다는 여성들이 쓴 후기가 더 많다. 이 기저귀가 팬티형이 아니라 일자형 기저귀라서 접착 부분과 날개만 없을 뿐, 오버나이트 생리대와 비슷하게 생겼다. 가격도 생리대의 반절이어서 저렴하다.
밤에 착용하는 오버나이트 생리대가 비싸서 나도 일자형 기저귀를 주문했다. 직접 착용해보니 훨씬 부드러웠다. 가장 좋은 건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생리혈에는 냄새가 거의 없는데, 생리할 때 나는 냄새는 생리대와 피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나는 것이다. 또,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저귀를 쓰고 생리통이 없어졌다고 하는 후기들도 있었다.
이 기저귀가 일반 생리대보다는 두꺼워서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50세가 넘는 나이까지 긴 시간 동안 생리를 한다. 생리용품은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유튜브 <네X왕-생리대 편>에서 가격에 대해 풍자하는 댓글을 봤다.
외국 : 여자들이 필수로 써야 하는 거니까,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마음 편히 쓸 수 있게 하자!
한국 : 여자들이 필수로 써야 하는 거니까, 가격을 비싸게 해서 이윤을 남기자!
생리는 여자들에게 필수적이지만, 돈은 여자들이 필수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여성 청소년은 더더욱 갖고 있지 않다.
여성들이 생리대가 아니라 왜 기저귀, 생리컵, 면 생리대로 눈을 돌리는지
사회와 기업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Unsplash @natra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