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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Jan 15. 2021

서울에만 지하철 2호선이 있나요?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공화국

각종 TV 예능에서는 신촌에서 이태원까지 거리가 얼만지, 판교에서 분당까지 택시비가 얼만지, 올림픽대로로 타고 가면 느리다든지 등등 각 지역 얘기를 얘기한다.

“인천 공항에서 여의도 방송국까지 차 타고 가는데 차가 밀려서 지각할 뻔했다. X시간 걸렸다.” 사람들은 “어머, 어떡해.” “원래 X시간이면 가지 않아요?”라고 한다.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차가 막혀서 오래 걸렸다.’라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어디인지 모르니 쉽게 웃을 수 없다.



예전에 KBS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강성범 님이 서울의 지하철 노선을 읊는 ‘수다맨’으로 나오셔서 큰 인기를 끄셨다. 긴 내용을 외워서 막힘없이 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서울 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서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공감하고 즐기면서 보지 않았을까? 나도 지하철 노선을 외울 수 있다면서 따라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방송에서는 자연스레 '지하철 2호선'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지하철은 서울에만 있나? 부산에도 2호선이 있고, 대구에도 2호선이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아무 지역 명칭 없이 '2호선'이라고 얘기하는 건 서울 외 지역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Unsplash @sametomorrow


분당이 경기도 시인지, 신촌이 신촌동인지. 전혀 모른다. 솔직히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수도권이라고 해서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방송에서는 다른 지방인들을 위해서 어느 곳에 있는지, 몇 km 되는지 알려줘야 하는 수고로움은 필요하지 않을까?


방송에서 갑자기 '명륜동', '월산동'이라고 하면 서울 사람들은 쉽게 알까? 그런데 방송인들은 '동'이름도 자연스레 떼고, '신촌', '잠실' 이렇게 말한다. 처음 들으면 이게 동네 이름인지 모를 수 있다. 앞뒤 문맥을 유추해서 '동' 이름이라는 걸 알아맞히는 거다.




예전에 부산 쪽에 큰 산불이 났었을 때, 공영방송 KBS는 속보도 없었다. 주로 KBS를 고정 채널로 틀어놓으시는 노인분들은 속보가 없어서 9시 뉴스를 보시고 뒤늦게 아셨을 것이다. 또, 경남 지방에 엄청 큰 태풍이 온다고 예보가 있었지만 공중파 방송에는 속보가 없었다. 그러나 태풍이 서울 쪽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곧바로 속보가 나왔다.

만약에 노인의 자제 분이 그 지역에 사시는데, 방송을 해 주지 않아 그 소식을 몰랐다면? 고령층은 정보전달을 받는 매체가 주로 TV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긴급한 문제는 속보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출처 Unsplash @altography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는 ‘서울 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수도권의 인구가 나머지 지역의 인구보다 많이 산다. 즉,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만 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작성기준)

인구가 많은 만큼 문화시설, 교통, 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다른 지방에 비해 월등하게 수준이 높다. 이에 반해 얼마 전에 경남 고성군에 처음으로 영화관이 개관했다는 것만 봐도, 지방의 문화시설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교통도, 심지어 방송에서도 수도권 중심인 것이 보인다. 그래서 지방인의 입장에서는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에 극도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에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도'라는 이유로 서울은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방 곳곳에 없어지는 시골들이 많다. 다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서 상경한 사람들은 숨 쉬는 비용만으로 월세 50만 원 이상은 기본적으로 나간다.

이 부분이 서울 사람들이 받고 있는 특혜다. 기본 50만 원은 세이브할 수 있으며 지방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서울에 거주지를 두고 있으면 벼슬이라고도 얘기한다. 어떤 분야든지 지방인들보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 살이에 나쁜 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집값, 많은 교통량으로 인한 대기 오염, 인구밀집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다는 점 등이 있다. 




“인구가 많으니까 인프라가 좋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수도인데 다른 지방보다 발전된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말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합리화하면 더 이상 지방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문제를 무시하고, 자기들이 불편하지 않다면서 바꾸지 않으면 인구의 60%, 70%, 80%가 수도권에 몰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방은 폐허가 되고, 수도권은 주거난과 환경 문제 등으로 고통을 겪을 것이다.




(타이틀 사진 출처 Unsplash @Janis Rozenf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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