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일상 in Porto
포르투에서 맞이하는 둘째 날! 어젯밤 피곤해서 그런 건지 맥주를 한잔 마셔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나도 푹 잔 것처럼 개운했다. 마치 지각을 하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상쾌함? 잠은 깼지만 곧장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창밖의 하늘과 풍경을 구경했다. 한참을 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린 나는 아침으로 항상 먹던 걸로를 외치며 고양이 마냥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섰다. 낯선 외부인이 고양이처럼 살금대며 걸어 나오니 진짜 고양이인 Gil이 관심을 보이며 내 주위를 돌았다. 만져주고 싶었지만 집주인과 아침부터 마주치면 괜히 어색할 것 같아 후다닥 부엌으로 가 아침으로 먹을 요거트를 가지러 갔다. 메뉴 정하는 데에는 관심도 재능도 없던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다.
아침을 먹은 후 나는 곧장 씻고 포르투를 둘러보기 위한 준비 했다. 한참을 준비하다가 방 밖에서 소리가 나서 얼굴을 빼꼼하고 내밀어 둘러보니 어제 나에게 집을 소개해준 주인 언니가 출근을 하려고 대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마주쳤으니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집 구경도 하라며 굉장히 친절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집주인 언니의 말대로 방 밖을 나서 밝을 때 둘러본 숙소의 분위기는 어젯밤에 처음 본 숙소와는 또 달랐다. 이 곳은 집주인 언니가 대부분의 인테리어를 설계하며 집을 가꾸는 것 같았는데 나도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혼자만의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외벽을 타일로 장식해서 그런지 포르투는 단순히 걸어가는 것이 아닌 길거리를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포르투의 중심가인 이 곳, 역시나 관광객들로 생기가 넘쳤다. 관광지라 그런지 엽서와 마그넷 등을 판매하는 가게가 많이 보였는데 이곳만의 특별한 기념품은 없나? 하는 생각에 나 또한 저절로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그중 신기한 기념품은 엽서였는데,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 그런지 포도주에 꼭 필요한 코르크 또한 많이 생산되고 버려질 것이다. 버려지는 코르크를 모아 깨끗이 세척한 뒤 엽서의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와인 그 자체를 뛰어넘어 정말 포르투만의 특색을 살린 기념품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왔고 내일도, 모레도 지나갈 골목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저렴한 것만) 나는 곧장 지갑을 열었다.
큰길을 중심으로 수많은 골목이 나 있어 마음에 드는 골목만 골라 깔짝깔짝 구경을 했다. 그리고는 곧장 지도의 한 곳을 찍어 다른 곳은 쳐다도 보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느지막이 출발한 나는 이곳을 가기 위해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로 밥밥밥, 한국인에게 밥은 꽤 중요한 요소인데 오늘은 정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 포르투에 오기 전부터 기대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나는 조용한 분위기에 사실 맛집이 맞나? 하고 조금 의심이 들었다. 아무리 식사시간이 지났어도 너무나 조용한데. 자리에 앉은 나는 일단 샹그리아 한잔을 주문했다. 스페인에서도 이렇게까지 안 먹었던 거 같은데 포르투 와인은 정말 식사를 할 때마다 필수인 것 같다. 특히 샹그리아가 정말 뒤통수를 때렸는데 한국에서 샹그리아를 주문하면 한 잔에 8~9천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이곳은 2유로도 안 한다는 점. 정말 혈중에 샹그리아가 흐르도록 해야 하는 걸까. 메뉴판을 둘러보던 나는 주문할 메뉴가 있어 곧장 그 이름을 찾았다. 바로 문어, Octopus! 주문을 한 후, 샹그리아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다 보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샹그리아와 문어요리,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내가 지금껏 먹은 문어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함께 나온 감자도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는데 한 입, 한 입 먹으면서 점점 사라지는 게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문어를 초고추장이 아닌 이렇게로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