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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22. 2020

[DAY110(2)] 포르투행 비행기, 게 섰거라

지수 일상 in Amsterdam


PLUK. 언니가 꼭 한 번 와보고 싶어 검색까지 해서 찾아온 곳, 우리 말고도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인지 카페 안은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디스플레이되어 있던 디저트들을 구경했는데 하나같이 너무 예뻐서 그냥 막 찍어도 예뻤다. 맛까지 있으면 인스타에서만 존재하는 맛집이 아닌 진짜 맛집으로 인정! 금방 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웨이팅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이 드러나기 직전이었다.



리스트 위에는 올려놓았지만 덥기도 하고 다리가 아팠던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고 다른 카페를 찾아 헤맸다. 그냥 얼른 앉을 수 있는 데를 찾아보자(엉엉) 당이 떨어져서 그런지 순식간에 텐션이 떨어져서 힘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구글맵이 알려주는 제일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는데 들어가고 보니 이곳은 호텔의 카페 라운지였다. 호텔이라 그런지 예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는데 투숙객도 아닌 동양인 둘이서 앉아있으려고 하니 조금 눈치가 보였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계속 햇빛 아래에서 걸었는데 더위를 먹었는지 커피를 마시다가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죽을 것 같아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쬐끄마한 병에 담긴 아이스티였지만 3유로나 받은 호텔 라운지, 평소 같았으면 들어오지도 않았을 곳이지만 살고 싶었던 날이라 어쩔 수 없었다.



호텔 라운지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며 쉬던 나는 시계를 보고 심장이 또다시 두근두근 뛰었다. 별로 여유를 떤 것도 아닌데 불구하고 시간은 공항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 나는 캐리어를 챙겨 공항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면 입구에서부터 못 들어갈 것 같아 나는 결국 우버,,,를 탔다. 그런데 운이 없는 건지 오늘도 탄력요금제에 걸렸다. 환율을 고려했을 때 우버 비로만 거의 5만 원 정도 냈던 거 같다. 내 피 같은 돈(엉엉) 버스를 탔다면 100퍼센트 비행기를 놓쳤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거리였던 길을 지나 나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오는 길에 우버에서 온라인 체크인을 한 덕분에 보딩을 위해 기다리는 곳까지 곧장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보딩까지 30분밖에 안 남기고 도착한 나는 비행기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했던 이유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거의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쫄깃했던 여정을 겪어서일까, 비행기가 암스테르담을 뜨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가 눈을 뜨니 비행기는 이미 알 수 없는 곳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약 한두 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가니 슬슬 다 와 가는 것처럼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착륙하는데 오늘 이 세상 뜨는 줄 알았다. 난기류가 이렇게나 무서운 거였나? 오른쪽-왼쪽으로 흔들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래-위로 흔들리는 지경에 다다른 난기류.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으며 제발 안전하게 도착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 같다.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도착한 이곳은 바로 포르투갈의 Porto!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의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지하철이 등장했다. 평소 같았으면 골목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버스를 더욱 선호했을 거지만 해외, 특히 유럽은 경우가 다르다. 버스보다 도착 시간이 정확하고 빨라서 대중교통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Porto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보니 정말 내가 이곳을 왔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엄마 나 정말 포르투라는 곳에 왔어(엉엉)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여행지라 그런지 마음이 괜히 뭉클해졌다.

 


종착점이 공항에서부터 포르투 시내까지 이어지는 지하철은 새로 지어진 공항철도처럼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했다. 서울의 공항철도가 생각하는? 한참을 타고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 위로 올라오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네가 나타났다. 유럽에서 오래 살거나 여행하다 보면 이 동네가 그 동네 같고 하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포르투는 조금 특별했다. 건물 외벽에는 각각의 문양과 색깔이 다른 타일이 빼곡히 붙어져 있었고 프라하의 돌바닥을 연상시키는 듯한 딱 바닷가 주변의 유럽 도시였다.



이곳은 내가 5일 동안 포르투에서 머물 예정인 에어비앤비이다. 여행을 할 때마다 내가 평균적으로 지불한 금액보다는 조금, 약간 비싼 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머물었던 한국인들의 평이나 위치가 좋아 큰 마음을 먹고 예약을 했다. 포르투 현지인 가족과 함께 지내는 "개인방" 옵션인 이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공간은 창문이 딸린 방 한 칸과 나 혼자만 사용하는 화장실이 전부였다. 하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딱인 크기이자 깔끔한 집주인의 성격과 취향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적당했다. 수많은 우여곡절은 겪은 사람의 얼굴인가 싶은 나의 모습, 하루가 채 지나가지 않은 때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해탈 수준?



안녕 Gil? 집주인이 키우는 고양이인 길은 한국에 있는 치즈와 많이 닮았지만 말 그대로 개냥이라 그런지 남달랐다. 세상 세상 애교가 장난 아니다. 사실 이 집을 숙소로 선택하게 된 이유에 Gil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유럽에 살면서 주인과 함께 길을 걷는 강아지는 자주 봤지만 고양이는 정말 드물었다. 유기된 고양이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아오던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그리웠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행복을 몰아서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되는 5일이다.

 


약간의 짐만 풀고 나는 집을 나섰다. 포르투에서 짧은 기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기에 마실 물이나 약간의 식료품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에서 물과 맥주, 아침마다 먹을 요거트와 약간의 과일 등을 바구니에 담았다. 간단하게 장을 봤다고는 하지만 장바구니는 꽤 무거웠고 결제한 것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올 때보다 갈 때가 더욱 멀게 느껴졌다. 오늘 저녁은 피곤해서 그런지 밖에 나가서 먹지 않고 장 봐온 것들로 간단하게 해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랑스러운 납작 복숭아와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겹겹이 쌓아 만든 카프레제까지. 날씨가 좋아서 부엌 바로 옆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 앉았는데 길도 새로운 얼굴인 내가 신기했는지 계속 주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저물어가는 포르투에서의 첫날, 배도 부르고 긴장도 풀리니 몸이 노곤해져 온다.



그래도 첫날 아닌가! 이대로 하루를 아깝게 보낼 수 없었던 나는 아껴두면 X 된다는 생각에 아껴둔 라들러를 개시했다. 시원한 맥주와 달달한 청포도, 납작 복숭아를 먹으니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 사실 요양을 하러 왔다고 해도 무방한 마지막 여행지 포르투, 앞으로 마주하게 될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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