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Dec 21. 2020

[DAY110(1)] 약간의 보너스인 하루

지수 일상 in Amsterdam


오늘은 암스테르담에서 보내는 진짜 마지막 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떠나기 전 약간의 시간이 남아 오늘도 진주 언니를 보기로 했다. (진주 언니는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다가 알게 된 또래로 평소처럼 일회적인 관계가 아닌 꽤 마음이 잘 맞아 계속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날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지난 이야기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다.) 마지막 날이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지런을 떨며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끝까지 암스테르담을 뽀새보자! 언니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나의 길을 막아서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암스테르담은 물과 가까이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배 또한 많은데 다리를 지나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들어 올리는 일이 꽤 흔하다. 비록 지금까지 내 두 눈으로 보지 못했었는데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직접 볼 수 있었다. 한 10여분이 지났을까, 길 건너편에서 나를 기다리던 진주 언니를 발견했고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후다닥 다리를 건넜다.



무서울 정도로 더웠던 베를린과 달리 암스테르담은 지내는 동안 전혀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정말 날씨로는 그동안 여행했던 곳들 중 최고였다. 떠나는 날까지도 온도는 적당했고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화창했다. 떠나기 싫을 만큼?



Bakers & Roasters. 브런치가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라 멀지는 않지만 이곳까지 찾아왔다. 날씨가 좋은데 왜 가게 안에 들어가서 먹어?라는 물 흐르듯이 드는 생각에 언니와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밖에 마련된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우리는 메뉴판을 째려보듯이 정독했다. 너무나도 다양한 메뉴에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다 모여있어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뭘 먹어야 이곳에 와서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나는 계란이 먹고 싶었고 언니는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주문했다. 나는 상큼한 오렌지 주스까지! 아침에 먹는 상큼한 주스는 정말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분명 어제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있으니 어느새 주문한 메뉴가 나왔는데 나의 메뉴보다 언니가 주문한 팬케이크를 보고 놀라서 넘어갈뻔했다. 이 정도면 팬케이크 살인마 아닌가? 팬케이크만을 바라보고 온 사람 같았다.(웃음) 언니와 나눠 먹기도 했지만 양이 꽤 넉넉한 편이라 조금 남겼다. 잘 먹고 갑니다!



브런치를 먹고 나니 날씨가 더 화창해졌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으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휙-하고 지나치는 사람들 무리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암스테르담에 와서 유심히 지켜봤던 것들 중 하나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덴마크와 비슷하게 네덜란드도 시민들 대부분이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를 정말, 생각보다 많이 탔다. 그런데 한국처럼 마구잡이로 타는 게 아니라 온전히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생각을 해서일까, 무조건 지켜야 하는 그들만의 수신호 규칙도 구체적이었고 주변 환경(도로 상황)도 꽤나 간결하게 정리해놓아 자전거족들에게는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한국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자전거를 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자전거를 타며 수신호를 하는 사람들에게 반한 것 같다. 멋있다 정말.



아침을 배불리 먹은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근처를 걸었다. 그러다 한 골목을 발견했는데 너무나도 예뻐서 언니와 나는 서로를 찍어주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인생 샷을 찍은 것 같다. 머리-가슴-배로 안 나오면 인생 샷 아닌가요? 이 골목은 이전에 가보았던 골목들 중 가장 조용한 주택가였는데 빨간색 문을 가진 한 곳만이 조금은 시끌벅적했다. 지나가며 문틈으로 분위기를 보아하니 신문사나 잡지사 같은 출판물을 다루는 곳 같았다. 직장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면 나는 매일 즐겁게 출근할 것 같다(과연? 사실 출근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면 모든 게 다 칙칙해지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암스테르담에서 보내는 오늘은 나에게 보너스 같은 날이다. 그래서 3박 4일 동안 여유롭게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돌아봤으니 오늘 하루쯤은 언니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완벽한 여유로움을 등에 업고 언니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로 LP샵! LP를 좋아하는 진주 언니는 한 매장으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조금만 들어가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결국 어디까지 이곳의 매장인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1층만 있는 게 아니라 0.5층와 1.5층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방안의 방에 옆방, 그 옆방 등 조금 복잡하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빌리 아이리쉬와 같은 빌보드에서 한참 핫한 언니도 보고 비틀즈와 같은 전설도 볼 수 있었다. LP 말고도 유물스러운 소품들도 많아 눈으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 영화 A Star Is Born의 OST를 담은 LP를 발견했을 때, 한국에 있는 대학교 동창 생각이 물씬 들었다. 선물로 사줄까 하다가도 줘도 들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구매하지 않았다. 사랑해 친구야?

 


신기하게도 K-POP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0.5층의 입구 쪽에 위치해있어 꽤 주류에 속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해외에서 보니 괜히 반가운 "K"라는 글자, 근데 나도 이제 라떼를 외치게 되는 나이가 되었는지 이곳에 있는 CD는 내가 아는 가수보다 처음 들어보는, 최신의 가수들이 더 많았다. 약간은 슬퍼지는 대목이었다. 물론 음악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CD가 플레이되고 있는 헤드셋을 하나 집어 들어보았다. 그런데 언니가 "사진 찍어줄게, 포즈 취해봐"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무슨 로봇이 된 것처럼 삐그덕거렸다. 콘셉트를 잘 못 잡은 것 같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고 나온 우리는 근처에 위치한 시장에 들렀다. 그동안 암스테르담에 관광객을 많이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관광객들이 다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 정로 사람이 많았다.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있는 유명한 시장이었지만 유명해서 그런지 관광객이 훨씬 더 많았다. 튤립 국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라 그런지 생화도 많이 팔았지만 모종도 굉장히 많이 팔았다. 색깔부터 종류까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의 분위기에 나 또한 신이 났다. 꽃을 좋아해 매년 봄마다 엄마와 함께 꽃 도매시장에 가곤 했는데 여기는 봄이 아니더라도 항상 이런 꽃 시장을 길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근데 신기한 것은 튤립 모종 씨가 양파처럼 굉장히 컸다는 것! 한국에 기념 삼아 하나쯤 사갈까 하는 생각도 하다가도 분명 죽음의 손이 되어 꽃도 못 필 것 같아 꾹 참았다. 한참을 구경한 우리는 치즈 매장 한 곳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물욕도 오르지 않았던 나와 달리 언니는 이곳에서 148789번 유혹을 떨쳐내고 나왔다. 계속해서 대뇌이는 주문, 나는 이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언니와 나는 각자의 물욕을 다스리기 바빴다.

작가의 이전글 [DAY109(2)] 돌아가니 보이는 보석같은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