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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an 04. 2021

[DAY115(1)] 나 한국에 무사히 갈 수 있겠지?

지수 일상 in Frankfrut


프랑크푸르트를 떠나는 날이자 4개월간 지내왔던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유럽에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제 한국에 가나, 룸메이트는 있지만 그래도 가족의 곁을 떠나 생활해보는 건 처음인데 외롭다 라고 생각하던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마냥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진짜 간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한 것 같다. 괜히 아쉬워서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종강을 하고서 2주 동안 계속해서 여행을 해서 그런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면서도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비행기를 꽤 타봤다고 기내에서는 편한 게 최고라며 슬리퍼에 편한 옷까지 챙겨 입고 언니네 집을 나섰다.



언니네 집에서 공항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4개월치 짐을 들고서 길을 찾는 게 쉬울까? 우버에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공항까지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언니가 출근을 안 해서 공항까지 함께 동행해주었다. 30kg짜리 캐리어를 수화물로 보내고 티켓을 발권하고 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공항까지 같이 와준 언니가 너무 고마운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스타벅스밖에 없어서 벤티 사이즈 음료를 선물했다. 소소해서 민망했는데 오히려 언니가 고맙다고 해줘서 내가 더 고마웠다. 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독일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유럽 여행을 살짝 하고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때는 한국에서, 대학교 강의실에서 또 한 번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니와 수다를 떨다가 보딩 시간 때문에 나는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다. 잘 있어 언니!

 


언니와 헤어지고 체크인을 하고 들어왔는데 평소 라떼를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은 나는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음료를 마시고 배가 너무나도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나 유당불내증도 아닌데? 거의 탈수하기 직전까지 들락날락거리다가 마음을 비우고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카타르 도하까지 타고 갈 비행기가 플랫폼 코앞까지 왔다. 안녕 카타르? 도하까지 잘 부탁해(사실은 고생 시작)



4시 반부터 보딩을 시작한 후 5시 35분에 출발을 해야 하는 비행기가 무슨 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카타르 도하까지 가서 짧은 시간 안에 환승을 해야 할 거 생각하면 아찔한데 출발부터 이렇게 삐그덕 거리니 심장이 너무 콩닥콩닥 뀌었다. 에이 도하까지 갔는데 비행기를 놓치기야 하겠어? 한참을 날아 경유지인 도하에 도착하니 거의 새벽 2시였다. 그런데 내가 타야 하는 비행기는 보딩이 1시부터, 출발이 2시인데요?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부터 시간 때문에 너무 쫄려서 승무원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했는데("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 데 출발이 2시다. 근데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연착이 되어서 걱정된다. 혹시 환승이 가능할지 알아봐 줄 수 있나?" 이런 식으로) 그 승무원도 전달받은 게 없다고 한다.


기내용 캐리어와 배낭, 크로스백을 챙겨 그 누구보다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한국으로 환승을 알려주는 승무원 빼고 다른 목적지의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든 승무원밖에 안 보였다. 일단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게이트로 달려갔다. 하필 이런 날 왜 나는 슬리퍼를 신고 온 걸까?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비행기를 놓치면 답 없다는 생각에 숨을 참고서라도 달렸다. 게이트로 도착하니 Incheon이라고 적혀있는 문구는커녕 한국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말 떠난 거야? 허탈한 표정으로 게이트 앞에 서 있으니 보딩을 위해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내가 한 승무원의 눈에 띄었나 보다. "너 한국으로 가니?" "응, 근데 벌써 떠난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응? 그거 못 들었니, 비행기 스케줄 변동되어서 아마 2시간 후에 출발할 거야. 이 쿠폰 가지고 가서 뭐라도 먹고 있어"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2시간이나 연착되었다고?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알림을 받았고 나만 고생고생을 하며 뛰어온 것이다. 프리밀이라고 적혀있는 쿠폰을 받자마자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어쩌겠는가. 불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는 프리밀을 받으러 한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새벽 두 시 반에 받은 프리밀은 꽤나 종류가 다양했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입맛이 하나도 없어서 한 입이라도 먹었다가는 체할 것 같아 입도 못 댔다. 그나저나 나 한국으로 잘 돌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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