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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May 28. 2023

[테시마 미술관] 테시마 섬

단 하나의 작품만을 위한 미술관

나오시마 옆에 있는 섬인 테시마. 나오시마만큼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역시나 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하이라이트이며 핵심 장소였던 테시마 미술관에서 좀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자 심장소리 아카이브, 테시마 미술관, 시마키친, 요오코 타다노리관 순으로 여행을 진행했다. 


심장소리 아카이브는 그곳으로 가는 길 자체가 너무 예뻤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기에 반짝이는 햇빛을 따라 새소리에 이끌려 가다 보면, 어느새 바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파도소리 근처에 마치 오두막집을 연상케 하는 집 한 채가 나오고, 바로 그곳이 심장소리 아카이브였다. 심장소리 아카이브는 전 세계 몇십만 명 사람들의 녹음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과, 암실에서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본인의 심장소리를 녹음하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약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프로젝트로 반갑게도 한국에서도 녹음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전 국가 별로 심장소리를 하나하나 듣다 보니, 같은 심장일지라도 그 소리가 제각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문득 나의 심장소리도 궁금해졌다. 1500엔을 주고 결국 내 심장소리도 녹음했는데 (청진기로 녹음한다 ㅎ), 건강하게 잘 뛰는 소리를 들으며 여태껏 잘 살아온 나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시간도 짧게나마 갖게 된 것 같다. 뿌듯하고 대견함과 동시에 심장소리 아카이브라는 작품에 나도 함께 참여한 것 같은 기분이라 괜히 으쓱해졌다. 


테시마 섬 주변 풍경
심장소리 아카이브와 주변 바다


테시마 미술관은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 꿀팁은 재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재입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장 후 따로 안내해주진 않았지만, 미리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정보로 혹시나 해서 "재입장되는지" 따로 물어봤고, 문제없다는 안내를 받고 오전 11시에 한번 그리고 오후 14시경 한번 이렇게 방문했다.  방문 전 테시마 미술관의 사진들을 찾아보면 "물방울"을 확대한 사진들만 많았는데, 그래서 정말 물방울 자체가 작품이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고, 물방울을 형상화 한 조각들을 전시해 둔 것으로 생각했다. 단 하나의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쓰여는 있었지만 그런 미술관을 평생 가본 적이 없었기에, 과장한 표현일 거라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물방울 조각 말고 다른 작품들도 있겠지라는....


그런데, 


정말 단 하나만의 작품만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작품은 조각도 조형물도 아닌 정말 "물방울"이었다. 마치 우주선처럼 보이는 두 개의 원형 공간 사이에 기둥이나 구조물과 같은 그 어떤 방해물도 없이 널찍한 공간 위로 두 개의 아주 큰 원형 창문이 뚫려 있었는데, 그 사이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새어 나오는 빛 주변으로 군데군데 물방울들이 보였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콘크리트 바닥 위로 수백 개의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사이에서 물줄기들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정 속도와 규칙이라도 있는 듯 솟아오르며, 그 나름대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입장하는데, 자칫 잘못하다 물방울을 밟아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밟는 것은 상관없지만 양말이 젖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태초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 때, 성경 말씀처럼 빛과 어둠, 물만 있었던 그 공간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길이. 온몸으로 이를 느끼고자 하는 다양한 관람객들의 모습들. 더러는 누워있고 더러는 앉아있고 더러는 위를 쳐다보기도 더러는 땅을 쳐다보기도 하며 그 모습 자체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 역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몇 분 동안 누워있기도 하고, 원형 창문을 통해 쏟아져내리는 빛과 바람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 땅 위로 솟구쳐 오르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을 느끼며 내가 땅 위에 누워있는 건지 하늘 위에 떠있는지 조차 모르는 생각이 들었다.  테시마 미술관은,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사람도 물체도 공기도 빛도 소리도 어둠까지도 작품을 이루는 주인공들이었다.  단 하나만의 작품만을 위한 미술관이며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되는 공간. 미술관이 갖고 있던 정형화된 스테레오타입을 완벽하게 무너뜨려 준 그런 전시 공간이었다.


アーティスト・内藤礼と建築家・西沢立衛による「豊島美術館」はアートと建築、自然が一体となった建築。 - #casa (hash-casa.com) 

(테시마 미술관의 작품 설명, 그 배경에 대해 설명된 기사, 일본어) 


테시마 미술관
시마키친에서 먹은 카레와 올리브 사이다! 올리브 사이다는 정말 상큼하고 깔끔했다..


테시마노고토.  여행의 마무리로 유람선 타기 전, 카페에서 레몬주 한잔.
다카마쓰, 나오시마, 테시마 여행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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