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 민예 (Afro-Mingei) 전시
미국 시카고 출신의 설치미술가 티에스터 게이츠의 전시 '아프로 민예 (Afro-Mingei)'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인 4월 25일, 평일에 오후 휴가를 내고 방문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스스로 한 약속 중 하나가 각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토크 이벤트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기였는데, 마침 토크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난생처음 참가하는 토크 이벤트인 만큼 큰맘 먹고 휴가를 단행했다! ㅎ
작년부터 미술작품 감상을 취미로 삼으면서, 어느 정도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 것 같은데, 모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화풍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런 부류의 회화작품만 편식(?)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고, 그 영향으로 설치미술이나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가 주를 이루는 롯폰기 모리미술관은 한동안 가지 못했었다. 미술감상을 취미로 삼은 이후, 몇 년 만에 방문하는 미술관인지라 꽤나 설레었다.
사전에 티에스터 게이츠에 대해 조사해 보니, 그는 조각, 도자기, 건축, 음악, 공연, 패션, 디자인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작가였다. 2004년 아이치현에서 도자기를 공부한 이후 일본 공예와 문화의 영향을 작품에 드러낼 만큼 일본과의 인연도 깊었다. 이번 전시가 티에스터 게이츠가 도쿄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면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할만한 전시라고 하니, 그가 일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받은 영향이 문화적 다양성 어우러져 그의 작품 속에서 발현되고 있으며, 이번 전시 역시 일본 문화와 아프리카 문화의 융합을 조각, 도예, 음악 등 다양한 요소로 표현하고 있었다.
티에스터 게이츠의 유명한 설치 미술 작품 중 하나는 버려진 건물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건물의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던 건물에 활력을 불어넣어 그 주변의 공간과 지역사회의 문화와 예술을 재탄생시키는 수준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번 전시에서도 그가 미국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버려진 폐허를 다른 공간으로 변환시키며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의 장소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이끌어내었다는 점, 도시 계획과 예술의 합작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헌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그의 신념과 철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시 구성은 기대했던 것보다 단순하고 심플했다. 설치 미술의 특성 때문인지 전시된 작품 수가 회화 전시에 비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바의 컨셉을 살려 돗쿠리 1,000개를 모아둔 작품도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토크이벤트에서 티에스터 게이츠가 말했던, "무언가를 수집하는 행위(컬렉팅)가 새로운 창작(인스피레이션)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작품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인 "아프로 민예"는 티에스터 게이츠가 창조한 용어로 192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민예운동의 철학과 미국 민권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한 문화운동 '흑인은 아름답다'의 미학을 융합한 개념이다. 전시 전에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인 <아프로 민예>만 봤을 때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전시를 감상하며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을 작품들을 통해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토크이벤트를 통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이해가 더해질 수 있어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전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