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과학의 시너지
롯본기에 있는 21 디자인 사이트, 늘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좀처럼 갈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히 재미있는 전시 소식을 발견하고, 모처럼 시간 내어 다녀왔다.
디자인에 특화된 미술관이라 그런가, 나오시마에서 본 미술관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들을 받았는데, 역시나 건축가가 안도 타타오였다. 안도 타타오의 건축물을 도쿄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본 미술관의 창립가가 그 유명한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였다는 것!! 이세이미야케 디자인 철학 관련하여 상설 전시되고 있던 이유가 이해가 된다.ㅎ
디자인과 과학의 융합을 테마로 한 이번 전시는 특히 일본에서 연구 중인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한 실증 사례와 프로토타입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보는 것뿐만 아닌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다수 제공되어 있어 여느 전시보다 신선했다. 우연한 기회로 참가하게 된 토크 세션에서, 체험 공간에 전시된 샘플들이 자주 고장 나 계속 교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방 납득이 되었다 ㅎㅎ
전시장 안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는데, 전시물들이 놓인 테이블조차 이번 전시를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테이블 다리의 높낮이를 미세하게 차이를 두면서 율동감을 극대화 함과 동시에, 높이가 다름에도 하중에 문제없도록 정교하게 설계를 하였다고 한다. 토크세션에서도 결국 접근 방식이 다를 뿐 과학자가 포착하는 아름다운 순간과 디자이너가 느끼는 미적 감각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높낮이가 다른 "튼튼하고 견고한" 테이블의 사례를 보면서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도쿄 대학의 교수이자 디자이너인 야마나카 슌지가 이번 전시의 디렉팅을 맡았는데, 전시된 작품들도 대부분 도쿄 대학 디자인 랩에서 연구 중인 광범위한 분야의 프로토타입들이 전시되어 있어 질릴 틈 없이, 흥미로웠다.
어렵고 생소해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던 과학의 원리가 실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고, 편하고 아름답게 구현하고자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가미됨에 따라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탄생되는 그 과정과 역사를 로봇 청소기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델들의 전시들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전시 중 하나가, 도쿄 대학 디자인랩에서 진행 중인 프로토타입이었는데, 전기 자극을 통해 뇌와 소통을 가능하도록 하는 모델이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실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설과 아이디어가 여러 가지 검증 절차를 걸쳐, 하나의 프로토타입 형태로 산출되는 그 과정을 무수히 많은 포스트잇으로 시각화시켰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이 걸렸을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공법도 과학의 원리가 접목된 디자인이었다. 플리츠 공법의 원리를 접목해 3D프린팅으로 질감을 묘사하는 다양한 프로토타입들이 전시되었는데 그중 일부는 실제로 움직이기까지 해 생동감까지 느껴졌다.
“과학의 근본적 목표가 진리 추구라면, 디자인의 목표는 유익한 경험 실험이다. 따라서 공통의 길을 모색하고 공유하지 않으면 둘 사이의 간극은 극복할 수 없다. 자동차, 전자 제품, 컴퓨터와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까지 많은 역사적 순간에 과학 연구와 디자인의 마찰이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이번 전시는 그 둘의 새로운 만남을 모은 자리다. 관람객은 이제 갓 실험실에서 나온 ‘조각’들을 연결함으로써 아직 볼 수 없는 세계를 직접 그려볼 수 있다" (야마나카 슌지)
https://design.co.kr/article/22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