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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Nov 03. 2024

[空の発見] 하늘의 발견 전시

시부야 소토 미술관 - 공과 실체 그 사이 

최근에 일이 너무 바빠 한동안 주말에 미술관을 가지 못했는데, 모처럼 특별한 일정 없는 주말이라 큰 맘먹고 전시를 다녀왔다. 재밌어 보이는 전시 일정들이 많았기에 꽤나 고민했는데,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풍경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늘"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본 전시를 선택했다. 


空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면서 하늘이라는 실체를 나타내기도 하는 단어. 없으면서도 있는 이런 양면적인 개념이 오히려 하늘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유도한 것은 아니었을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특히 하늘이라는 존재가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문득 올려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처럼, 하늘을 담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해지고 안정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오늘 유난히 하늘도 더욱 파랬고. 


과거 <하늘은 파랗다>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는 개념이 17세기 이후 서양화가 일본에 보급되면서 그러한 개념이 그림으로도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하늘은 그저 여백으로 표현되거나 아님 금박지나 금색의 형태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프러시안 블루 등 합성안료 등이 유입되면서, 우키요에나 도로에 (우키요에의 한 종류)에서도 파란 하늘이 일반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 흥미로웠다. 


교토의 명소를 그린 병풍화에서 역시 구름과 하늘은 구름 없이 금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물은 파랗게 표현했음에도 (당시에도 파란색을 표현할 수는 있었던 듯) 하늘과 구름은 금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렇듯 하늘은 존재감 없이, 오히려 여백을 가리거나 덮어씌우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었다. 

松川龍椿 京都名所図屏風  금색으로 표현한 것이 하늘과 구름이다. 


전시를 보며 인상 깊었던 화가들을 소개하면,  서양화 기법을 가장 먼저 일본에 도입한 시바고칸 (司馬江漢 1747년 - 1818년)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화가들은 자연을 단순화하고 상징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시바고칸은 서양화 기법을 통해 산과 강, 해안가 등 실제 일본의 자연환경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시바고칸이 사실에 좀 더 초첨을 두었다면, 타카하시 유이치 (髙橋由一)는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작가의 감정과 상상을 가미한 하늘을 그렸다는 점에서 다르다. 동시대 인물은 아니지만 둘 다 현재 우에노 공원에 있는 연못 (시노바즈노이케) 그림을 그렸는데, 타카하시의 작품은 완성까지 무려 7년이나 걸렸다고.. 

번외지만, 타카하시는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스승인 외젠 부댕과 동시대에 현존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인물의 하늘을 주제로 한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도말기부터 메이지 중기까지 활동한 타카하시는  본격적인 유화기법을 일본에 전파한, 일본 근대 서양화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라고 한다.

(오) 타카하시유이치(1828년 - 1894년) 의 시노바즈노이케    (왼) 시바코간(1747년 - 1818년)의 시노바즈이케  
 전시와 관련은 없지만 타카하시는 "사실적인 표현"으로 유명했으며, 특히 정어리 (왼) 라는 작품은 당대 매우 독특한 화풍이었다.


전시된 작품은 아니지만 구름을 묘사한 외젠부댕 (1824년 - 1898년)의 작품들


세 번째로 기억하고 싶은 인물은 타케우치 츠루노스케(武内鶴之助 1881년 - 1948년)이다. 윌리엄 터너나 존 컨스터블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영국 유학 중에 그린 하늘 그림들은 일본작가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서양화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타케우치의 하늘을 표현한 작품들 가운데 작품은 이번에 전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쿠로다 세이키 (黒田清輝 1866년 -1924년) 몇 번 다른 전시에서도 꼭 한 번씩 만나는 일본 화가였는데 이번 전시 때 그의 작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에 인상주의를 도입한 선구자라는 점에서 한번 더 기억해두고 싶다. 원래 법학 전공으로 프랑스를 갔다가 2년 만에 미술로 전향했다고 하는데 (대단히 미술을 사랑한 듯하다) 그가 아니었으면 일본에 인상주의는 조금 더 늦게 전파되었을까..?


이후 2관에서는 현대미술에서도 하늘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하늘에서 더 나아가 재해나 밤하늘 우주까지 확장된 개념들로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빈 공간이 과연 "비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실체 (=하늘) 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가. 를 생각하며 보았던 전시.. 잡생각은 비워두고, 감수성을 꽉 채울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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