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도 직장인으로의 삶이 하루의 대부분이다. 그 대부분은 또 기다람의 시간이 연속된다.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퇴근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내 연차만큼이나 본부장님의 휴가 계획에 관심이 많은 내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승진을 살펴보기 보다는 정년까지 가 수 있을지에 대한 만감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잠시 머물다 카드대금으로 빠져나가는 내 월급통장은 허전함의 기다림이라고 해야 될까. 해가 지날수록 이러한 일상은 간단하고도 만성이 되어 가는 듯하다.
매너리즘(Mannerism)
언제부터 이렇게 지루하고 단순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을까. 찬란한 졸업장을 가슴에 안고 그렇게도 고대하던 직장에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었을 때의 환호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긴장의 연속이던 출근 첫날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아 엉덩이를 들썩이던 그때의 모습, 첫 월급날 친구들과 나누었던 맥주 한 잔의 일상은 아련하기만 하다.
첫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얼떨떨한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때,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이 자리 잡고 있던 공간은 무료함으로 채워지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하루에 발생하는 사고의 고리가 단순할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일상의 반복된 패턴에 익숙해질수록 생각은 소심해지고 시야는 좁아져, 결국 능률과 성과를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에 뗏목 하나를 띄워놓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사람은 그 배가 얼마만큼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모르기에 삶의 희망을 놓게 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만약 방향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실증과 지루함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