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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 Nov 17. 2022

식구

음식이란 것이 무었일까.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다. 보통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을 일컫는 말이지만 이 말의 뜻을 살펴보면 그러하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 식사야 늘 일상이라 그런 데에 뭐 그리 심오하게 의미를 부여하나 싶으면서도, 의식주(衣食住)라는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구성에서 3분의 일을 함께 나누는 일은 어쩌면 자신의 가장 내밀한 것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인사처럼 하는 “언제 시간 나면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단순 인사치레라고 하더라도 그만큼 반가움의 대명사처럼 하는 말처럼 말이다.     

나는 어렸을 때 가정주부셨던 엄마의 덕으로 늘 저녁이면 온 식구가 함께하는 따뜻한 식탁을 대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집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워낙에 별난 딸내미가 혹여라도 사고를 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엄마는 반강제적으로 집에 계실 수밖에 없으셨다.(사실 아버지의 걱정은 단순 걱정이 아니셨다. 그만큼 호기심도 많고 주의성도 떨어지는 나였기에 정말 한 번쯤 크게 사고가 날 뻔도 했었다.) 엄마는 매일 입 짧은 딸내미와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싫어하시는 아버지 덕에 매일 그날의 식탁을 채우느라 고민하셨다. “삼식이도 저런 삼식이가 없다.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한잔하러 가는 것 아니면 외식도 못 해. 그리고 너도 이년아, 맨날 햄이나 고기만 주워 먹지!”하고 엄마는 진저리를 치시지만 그래도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들은 그대로 답습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자양분이 되었다. 쌀쌀한 겨울 온몸을 데워주던 곰국이나 잘 익은 김장김치를 쫑쫑 다져 넣어 만든 뜨끈한 만두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때와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삶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나는 이제 3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예전처럼 엄마와 같이 살지 않으며 외식도, 배달도 좋아하는 남편과 복지기관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다른 가족들덕에 굳이 매일 식탁을 채울 고민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와 남편이, 그리고 두 아이가 하루를 마치고 오면 식탁에 모여 앉아 간단한 야식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점은 여전하다.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이 아이들에게 포근한 기억이 되는 점도 여전하다. 예전에 엄마가 만든 음식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그런 기억들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별것 아닌 이야기다. 잘 쓴 것도, 전문적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래도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계신다면 말이다.)그리고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 당신의 따뜻했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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