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만의 친절 시상식에서 첫 번째 상이름 견딤상.
내가 못 하는 것을 마주할 때마다 늘 생각하는 말이 있다.
‘나로 태어난 이상 나를 견뎌야 한다.’
아주 가끔 견딜만하고 대부분 날들은 속상함이 차곡차곡 쌓여 휘청거린다. 나는 습득력도 늦은데 센스도 없어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남들보다 시간이 배로 걸린다. 할 수 있는 건 내 모습을 마주하며 익숙해질 때까지 견디는 것뿐. 누가 나 보고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나는 내 안에 준비해둔 온갖 잔인한 말을 쏟아 낸다.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듣다 보면 피로해지는데 잔인한 말은 오죽할까. 내가 만든 지옥에 갇혀 괴로워한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몰라 정리가 되지 않은 날 것의 말을 G는 늘 묵묵히 들어준다. 실컷 뱉어내고 나면 그제야 정신이 든다. 이 우중충한 기분을 나 혼자서만 느끼면 될 것을 G에게도 이 기분에 젖어들게 한 것 같아 괴롭다. G가 내 이야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혼자서 G의 기분까지 단정 지어버린다. 괴로운 마음에 죄책감 한 스푼을 추가한다. 이미 지옥의 맛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데 죄책감 한 스푼까지 더해지다니. 참았던 감정들이 눈물로 터져 나온다.
G는 나에게 굉장히 불친절해져 있는 나를 보고 바깥으로 데리고 나간다. 산 풍경이 멋있고 파전과 더덕 동동주가 맛있는 집, 나 튀김이 겉 바삭 속 촉촉한 텐동집,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계곡이 있는 산장 같은 카페 등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데려간다. 차를 타고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보며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내 안에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실컷 떠들고 나면 속이 허하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나면 몸도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내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는다. 자기 비하 쳇바퀴에 타는 순간 멈출 수 없이 돌아간다.
“나도 나를 견디기 어려운데 어떻게 나를 견뎌?”
G는 내가 자기 비하에 빠질 때면 ‘또, 그놈이 왔군’하고 차 시동을 건다. 나조차도 감당 안 되는 내 감정들을 늘 견뎌주는 G에게 견딤상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