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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덤보 Mar 27. 2024

학생 VS 직장인

치열한 밸런스 게임

성인이 된 지 십 년이 훌쩍 지난 나이지만 나는 학창 시절이 꽤 가깝게 느껴진다. 타임머신을 10분만 타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삶이 고달플 때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구분이 안 가는 컴컴한 새벽에 출근을 준비하거나, 지하철에서 꽉 낀 채로 남은 역의 개수를 셀 때, 카드값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 삶의 방향에서 나만 길을 잃은 거 같을 때. 문득 작은 물음이 머리를 스쳐간다.



'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까?'



N답게 자연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창 수험공부에 열을 올리던(실제로 올리지는 않았다. 사주피셜 나는 학문을 기꺼워하지 않는 성향이라고 한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작은 일에도 잘 웃고 항상 배가 고팠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던 패기 넘치던 열아홉.


그러다가 아, 아니야.. 이내 고개를 젓는다. 가장 순수하게 빛났던 나이였지만 돌아갈 자신은 없다.


첫째로 그때보다 노력을 덜했음 덜했지, 더하진 않았을 거다. 그 치열한 시기를 다시 겪을 힘이 나에겐 남아있지 않다. 차라리 기억을 잃고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러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둘째는 경제적 자유. 내돈내산이라는 말처럼, 내가 번 돈으로 나를 먹이고 재우는 게 마음이 편하다.(물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힘들다는 게 역설이지만...) 이미 나는 정기적으로 피자도 시켜 먹어야 하고 카페인도 채워줘야 한다. 때때로 작은 선물로 쥐어줘야 하는 인간으로 자라나 버렸다. 한 마디로 글러먹었다.


그런 생각이 하나둘씩 들면 초연해진다. 그래 지금 이 자리에서 잘하자. 피곤하고 파리한 얼굴에 약간은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그런데 학생은 학생인데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더 알차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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