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진 Jul 04. 2022

놈/nom

#여섯 번째 이야기_ 사막은 자란다


놈의 구덩이에 또 빠지고 말았어.

이번에는 내 힘으로 빠져나가리라 다짐했지.


나무뿌리를 휘어잡고 발 디딜 곳을 더듬거리며 

조금씩 구덩이를 기어 올라갔어

오르고 미끄러지기가 수차례 반복됐지.

죽을 것 같이 힘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구덩이 밖으로 나왔어!

 

겨우 기어 나왔는데...

나를 맞아 주는 건 황량하게 변해버린 땅과 

내 눈을 파먹어 버릴 까마귀뿐이었어.

나의 손과 발은 이미 닳아서 없어져 버렸지.

 

내리쬐는 태양은 너무나 뜨겁고

손도 발도 없는 나는 그냥 그 자리에 누워 버렸어.

 

왜 그렇게 애쓰며 기어 올라왔나?

무엇이 나를 구덩이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지

그건 분명 나의 의지였는데 말이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작가의 이전글 놈/n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