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진 Jul 07. 2022

놈/nom

#아홉 번째 이야기_ 회복하려는 자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되지.

놈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졌다 기어오르기를

평생 반복해 왔다는 것을.

 

쉼 없이 그리하여 얻게 된 것은

굳은살이 박인 단단한 심장과

흐물흐물 녹아버린 기억력과

닳고 무뎌진 감정뿐이었어.

그런데 알 수 없는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지.

피하고 싶은 그 통증은 한 알씩 먹던 약이

한 주먹이 되어도 사그라들지 않았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통증도 놈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소름 끼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야.

 

최근엔 내 귓속에 있더란 말이지.

 

불행히도 난 해오던 짓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난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지.





작가의 이전글 놈/n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