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_ 회복하려는 자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되지.
놈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졌다 기어오르기를
평생 반복해 왔다는 것을.
쉼 없이 그리하여 얻게 된 것은
굳은살이 박인 단단한 심장과
흐물흐물 녹아버린 기억력과
닳고 무뎌진 감정뿐이었어.
그런데 알 수 없는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지.
피하고 싶은 그 통증은 한 알씩 먹던 약이
한 주먹이 되어도 사그라들지 않았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통증도 놈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소름 끼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야.
최근엔 내 귓속에 있더란 말이지.
불행히도 난 해오던 짓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난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