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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드라이버(Taxi Driver, 1976)

by Daniel Mar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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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영화 <택시 드라이버>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 조디 포스터, 시빌 셰퍼드 주연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거절당한 나. 갑자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영웅이 되어 유퀴즈에 출연한다던가 뉴스나 유튜브에 오르내리게 된다면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오겠지? 이런 찌질한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약 50년 전의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사회적 비주류인 아웃사이더의 방황과 울분의 폭발을 담은 서사는 영화 <조커>가 <택시 드라이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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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는 베트남전 참전 이력이 있으며 그 후유증으로 불면증을 겪고 있는 청년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뉴욕을 배회하며 성인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배회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야간 택시 운전사가 되기로 한다. 뉴욕의 밤거리는 마약중독자, 매춘업자, 강도로 가득 찼고, 그는 이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택시 일을 하다 팔렌타인 의원의 선거사무소에서 일하는 베시(시빌 셰퍼드)에게 첫눈에 반한다. 며칠 동안 그녀의 주변을 서성이던 그는 무대뽀로 말을 건넨다. "당신의 눈동자는 외로워 보여요, 친구가 필요해 보여요."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투영했다. 베시는 이런 돌발적인 대시에 일부 공감이 되었는지 데이트를 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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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래비스는 데이트에 서툴렀고, 그녀를 성인 영화관으로 데려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베시는 질색하며 그를 떠났고, 이후 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에 트래비스는 그녀의 사무실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가 느끼는 고립감과 분노는 더욱 증폭된다.


이후 한 승객을 태우는데, 그는 바람난 아내를 살해하려는 남자였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남자는 알고보니 젊은 날의 마틴스콜세지 감독이었다.) 이것이 트리거가 되었는지 트래비스는 이때부터 육체를 단련하고 총을 구입하여 세상과 싸울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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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명한 명대사가 나온다. You talkin' to me? (나한테 씨부렸냐? 정도 번역 될 듯.)


워낙 유명해서 영미권에서는 패러디, 밈, 오마주를 정말 많이 하는 장면이다. 


대본에는 거울을 보며 혼잣말 한다 라고만 지시가 있었는데 로버트 드니로의 애드립으로 나온 대사라고 한다.


거울을 보며 가상의 누군가와 시비에 걸려 싸우는 상황을 혼잣말로 하고 있는 찌질하면서도 불안정한 모습이 압권이다.



그는 팔렌타인 의원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총격 테러를 시도하려 하지만, 경호가 삼엄하여 포기한다. 그는 의원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그 사무실에서 일하는 베시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세상이 자신을 주목해 주길 바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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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트래비스는 길에서 한 소녀를 만나는데, 그녀는 이전에 그의 택시에서 내리려다 붙잡혔던 미성년 매춘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였다. 그녀를 가스라이팅하며 성매매를 강요하는 포주를 본 트래비스는 세상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그 일당을 처단한다.


트래비스는 이 사건으로 신문에 오르내리며 일약 영웅이 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택시 운전을 계속한다. 어느 날 밤, 베시는 미련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찾아오지만, 트래비스는 그녀를 승객으로 대하며 목적지만 데려다주고 미련 없이 쿨하게 떠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후반부의 내용은 트래비스의 망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마침 죽어 마땅한 절대적인 악역들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멋지게 그들을 소탕해내는 클리셰적인 결말. 어린 소녀를 구해낸 그는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이를 본 베시가 다시 찾아오지만 그는 그녀를 쿨하게 거절한다. 이러한 결말은 트래비스의 환상일 수도 있으며, 혹은 트래비스에게 감정이입한 도시의 외로운 아웃사이더들이 꿈꾸는 대리만족적인 상상일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했을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뉴욕 출신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갱스 오브 뉴욕>, <택시 드라이버> 등 뉴욕의 어두운 단면부터 밝고 화려한 단면까지 자신이 어릴적부터 익숙한 것들을 그려냈다. 비단 뉴욕 뿐만 아니라 거대한 도시 속에서 소외되고 고립되는 이들의 외로움과 비뚤어짐은 그야말로 개인적이며 세계적인 공감 그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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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영화에서 트래비스는 퇴역 군인이기때문에 M65 자켓을 입고 나오는데 (킹콩 중대라는 가상의 군부대 마크가 박혀 있다.) 이 M65 필드자켓이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지금도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M65 필드자켓 복각 버전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의 복각브랜드 토이즈맥코이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나도 이 영화를 보고 M65 필드자켓에 꽂혀서 매그놀리아미스, 옴니피플헤비 등 오리지널 제품들 발품을 팔다가  무난한 랄프로렌의 소령야상 M65로 정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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