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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C쁠 Jun 26. 2024

가끔은 비효율적으로 살기

주기적인 열차 소음에도 사람이 바글거리는 노들섬

#. 한국에 돌아와서 다니는 요가원은 교통상황에 따라 집에서 차로 25~50분 걸리는 곳에 있다. 강료는 1회에 3만5천원로 비싼 편이지만, 수업 난이도가 나뉘어있고 숙련자가 많아 '면학' 분위기가 뛰어나다. 가격 때문에 고민는데 요가 강사 자격증이 있으면 100회에 99만원이란다. 1회에 9천900원꼴인데, 이런 가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냉큼 결제했다. 거리 탓에 집 근처 요가원에 다닐 때만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1~2번, 많게는 3~4번 나를 오롯이 마주하는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산해 보면 매트 위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건데, 순수하게 행복한 나만의 1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투자라고 믿는다.


#. 최근 다시 독립하면서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음식 배달에 다시 발을 들였다. 한 달만 딱 무료 체험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유용하게 잘 써먹었다. 하루는 운동을 마치고 샐러드를 시켜 먹으려는데 최소 배달 비용을 충족하기가 어려웠다. 가격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비싼 걸 시켜야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칼로리도 올라갔다. 운동 후에 가볍게 위를 달래려는 의도와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심지어 매장 위치를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놓고는, 그 잠깐 나가는 게 귀찮아서 배달을 시킨다는 불편한 모순이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샐러드를 사들고 와서는 앱을 아예 삭제했다, 그것이 나를 조금 귀찮게 만들지라도.  


#. 카카오페이를 쓰지 않아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 때가 있다. 갹출하기로 했는데 카카오페이가 없으니 계좌번호를 물어보고 은행앱을 켜서 송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유발하는 것.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면, 카카오페이 없기에 카카오쇼핑에서 손쉽게 결제하는 것을 한 차례 게이트키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절차를 밟게 해서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짧게나마 재고할 순간을 심는 거다. 비슷한 논리로 조금만 힘들면 택시를 불러 제낄까봐 카카오택시도 설치하지 않았다. 택시를 부르려면 앱을 설치하고 결제수단까지 등록하도록 해서 약간 귀찮게 만들었다. 이렇게하면 불필요한 지출도 줄일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 건강에 좋지 않을까?


#.  조금 멀리 있어도 만족스러운 요가원에 다니기,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고 픽업해 오기,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 깔지 않기.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이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끔은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살기'를 실천하려 한다. 노력한다는 표현도 쓰기 뭐할 정도로 강제성도, 구속력도 없고 그저 혼자 하는 캠페인이랄까.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다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가미하는  조치가 한번 방아쇠를 당기면 탄알이 우수수 쏟아지는 욕망의 기관총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되기를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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