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 어차피 인생 자체가 낭비라면 알차고 박차게.
엄마는 말씀하셨지, 자기 사랑은 자기가 만든다고.
그러나 큰 고통 없이도 저절로 피어나는 잎사귀와 퍼지는 향기로 벌과 나비가 꼬이는 꽃이 있는 반면, 나는 부단히 애를 써야지만 간신히 꽃잎을 열까 말까 한, 지천에 널리고 널린 흔해빠진 잡초거나 야생화다.
그러니 더 이상 애쓰지 않기로 했다. 지면 지는 채로, 시들면 시든 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되 일희일비하며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를 놓아버릴지언정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저버리지 못하는 채로 연명할 것이다. 인력으로 별 수 없는 부분은 체념하되, 그저 할 수 있는 최선과 차악을 다할 것이다.
인생 자체가 낭비라면 알차고 박차게 살자. 그래야 후회가 덜 하겠지. 사는 대로 생각하면 어때. 이런 인생도 있는 거지. 남루하지만 적어도 나의 소소한 취향과 취미와 사랑과 효용은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을 테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