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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귀국정리의 모든 것

집, 물건, 서비스 그리고 마음까지 정리해야 하는 귀국

by Scribblie

귀국을 준비하던 시절 입버릇처럼 "한 생을 마감하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어쩌면 영국생활의 끝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한국을 고별하는 기분으로 떠났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한 생을 마감하는 동안 중2 때 보았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탐크루즈가 브레드피트에게 했던 대사가 떠나질 않았다.

어느 시대에도 적응하지 마라.

죽지 않고 모든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뱀파이어라면, 어떤 시대에 적응하고 머무르는 순간 다른 시공간을 살아낼 수 없어지는 적응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의 영국 생활이 그러했다. 2년 살이였으면, 적당히 생활을 유지하며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즐기기나 하며 살았어야 하는데, 온전한 생활자로 살며 길거리 하나하나, 영국의 습관과 문화 하나하나를 체화했던 게 마치 평생을 영국에서 살아온 듯하게 했다.

너무 적응하고 너무 마음을 다 주었던 게
문제였지

생을 마감하는 기분이 아니고서야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은근히 불어난 2년 살림을 어떻게 하면 한 번에 손쉽게 할까 알아보다가 고인의 유품을 싹 수거해 팔아 정산해주는 House Clearance를 알아보자니 더더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귀국 정리는 그렇게 물건이나 공과금 같은 서비스만 정지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공간에 주었던 마음까지도 심정지 신호처럼 뚝 끊듯 정리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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