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선다.
그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온전히 마주한다는 것은.
간신히 마음을 주워올려
들어올린 고개로 거울을 바라본다.
그곳엔,
비어있다.
당혹스럽다.
나를 마주할 용기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곳엔 그렇다할 내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없는 거일까
그렇다면 숨쉬고 있는 이 생명체는 무엇일까
애써 귀퉁이 남은 거울로 옅보아 본다.
온전히 비추어 보이지 않음에
불완전함에 대한, 불편함은 불안감이 되어
불암감에 불안감을 더한다.
낙망이라는 웅덩이에
기대라는 물방울이 떨궈져 희석되기 전에
자리를 옮겨본다.
금경 앞에 서면
보이는 일부의 나에게 금색이 입혀진다.
나는 금색인 걸까
적경,, 청경…
무엇이 나의 색상일까…라는 생각에 매몰된다.
이제
내 앞에 선 건 뽀얗디 뽀얗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말 곱다.
깨끗하다.
보이지 아니 하다.
강해져오는 주변의 물성.
이젠 나를 잊었다.
자작나무의 물결, 밝고 예쁜 색감, 만져보고 싶음.
빨강, 파랑, 녹색.. 그 강렬함에 정신이 팔린다.
주변이 나를 잠식하고
나를 가둔다.
당혹스런 ‘나’들을 마주한다.
‘나’
하나의 무엇으로 정의하려는 것이
허왕되고 부자연스러운 것일까.
세상과 혹은 물질과 구분하여 정의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었을까
그럼 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