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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Dec 19. 2022

흥미는 보물지도 같은 것

칠전팔기의 보통사람







무언가에 푹 빠져있을 때에 나는 종종 그 자체가 되고 싶어 했다.

만화에 빠져있을 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고,
글에 빠져있을 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꽃이 좋아지자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림에 빠져있을 때는 스스로를 예술가라 생각하기도 했다.
노래 부르는 게 즐거울 때에는 곧 가수가 될 것처럼 노래를 불러댔고,
옷이 좋아서 샤넬만큼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사실 꽃을 좋아하면 플랜테리어를 할 수도, 거실 한쪽에 꽃 한 송이씩 꾸며둘 수도 있다.
글에 빠져있다면 지금처럼 취미로 종종 아무 틀 없이 글을 써나갈 수 있고,
만화나 그림이 좋으면 보는 것을 더 열심히 할 수도, 취미로 꾸준히 해나가도 되는 일이다.




몰입한 나머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혼동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결국 모두 시작은 해보았으나 작심삼일이었다.
옷은 전공이었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었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수업을 들으니 얕은 지식들이 쌓였고, 그 얕은 지식을 자양분 삼아 나름의 꿈을 야금야금 키워나갔다.



원대한 꿈이 있던 시절의 졸업작품





모든 관심사가 나의 업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틈 날 때마다 마음속의 채로 열심히 걸러낸다.


여전히 실패하는 일도 많아서, 시간과 돈을 많이 쓰고도 무너지는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의 모든 관심사가 다 쓰임새 있었듯이
그것들이 낭비가 아닌, 헛된 노력으로 남지 않을 것임을 안다.







앞으로도 나는 과감히 헛다리를 짚어 휘청일 것이다.
그러다 멋지게 호랑나비 춤도 추고,
가끔 어쩌다 기막힌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마음속 항아리에 잘 넣어두고 가끔씩 뚜껑 열어보며 잘 쓸 수 있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항아리에 묻어놓은 그림그리기. 더 발전해서 언젠가 꼭 써먹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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