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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Aug 29. 2023

흰머리 Ⅱ







문득 들여다본 정수리에 삐죽,

유난히 흰머리가 잘 보이는 날이다


짧게 찰랑이는 머리 사이로

보란 듯이 번뜩이는 흰머리 한 가닥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


나오지 말랬지,

나오지 말랬지!


엄지와 검지를 뾰죽이하고 흰머리를 재빨리 뽑아낸다

누가 볼 세라 두리번거리며


더 없지?


어쩐지 근지럽더라니, 툴툴거리며

머릿속을 검열한다


아뿔싸, 헤집을수록 군집해 있는 그것이 싹을 드러낸다

이제는 덮을 수도, 뽑을 수도 없는

손 쓸 도리 없이 나는 백발이 되었다


기어코 내가 백발이 되었구나



아니, 어쩌면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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