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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쥐새댁 Sep 13. 2020

“이걸 챙겼어야 해” 집 살 때 놓친 것들(1)

두 번째 매수 계약 에피소드

신혼집으로 4년 넘게 살았던 첫 집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팔게 되면서(계약서 쓴 시점으로 따지면 3일이었다)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앞서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지만

가고 싶은 지역이 있었고

수많은 집들을 직접 다니며

임장 데이트를 해왔었는데

막연히 ‘후보군’에 집을 올려두는 것과

실제 내가 살아야 할 집을 리스트업 하는 건

정말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조건은

예산이었다.


부동산은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장이어서

1000만 원이 더 비싸면 더 좋은 조건인 경우가 많았다. 층, 조망, 세대수, 지하주차장 여부, 지하철 접근성. 무엇보다 연식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 부부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니즈는 크지 않아서(신축부터 살면 구축에 눈이 안 간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같은 조건이면 좀 더 저렴한 구축을 위주로 발품을 팔았다.


행정구역 상 ‘동’은 크지 않은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돌아다녀보면 꽤 넓어서 같은 동 다른 아파트라도 조건이 크게 차이가 났다. 대략적인 지역은 정해놓고 인접한 4개 동을 주로 보러 다녔는데, 다들 알다시피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급등하다 보니 부작용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뛰긴 했지만

내가 찜콩 해 둔 아파트는 절대 갈 수가 없다는 걸.

1년 전, 6개월 전 시세를 계속 팔로우 업하고 있던 터라 반년 만에 1억이 오른 그 집을 살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 포인트는 집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에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실수라고만 치부하기엔 정말 너무 속이 쓰리다.


1년 전, 아니 6개월 전에만 결정했어도
1억을 아끼는 건데...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원래 오래 봐 뒀던 집은 결국 포기했다. 부동산 시장이 널을 뛰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예산도 더 높게 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쉬움만 남았다.


아쉬워도 살 집을 구해야 했다. 당장 집을 팔기로 했고 이러다가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여기서 나의 첫 번째 눈탱이(?) 맞을 뻔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하아


앞서 얘기했던 1순위 베스트는 아니지만 인근에서 나름 저평가(?)됐다고 여긴 아파트가 있었다. 우리 부부의 이사 갈 집 조건은


1) 계단식이어야 할 것(신혼집은 복도식이었다)

2) 오르막이 심하지 않을 것(신혼집은 엄청난 오르막이었다)


이 두 개였다. 지하철역이 멀어도 마을버스가 잘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비중은 두지 않았다.

그렇게 부동산을 찾아 우리가 보고 싶은 아파트 매물을 보러 갔다. 그것도 토요일 저녁에. 기존에 살던 우리 집을 사고 싶다는 계약자가 나타났던 저녁에 부리나케 옆 단지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 사장님은 이 아파트가 **초등학교 배정이어서 인기가 높으니 빨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 차를 타고 아파트로 이동해 해당 매물을 봤는데 신혼부부가 아이 없이 살았던 집이라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잘 돼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정한 예산에서 3000만 원이 초과돼 망설였다. 이때부터 부동산 사장님은 “여기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 빨리 계약금을 넣어라. 1000만 원이라도 넣어라” 압박을 했다. 우린 둘러본 첫 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3000만 원의 예산을 초과하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일단 시간을 달라고 하고 홀딩을 했다.


무수히 떼 봤던 부동산 등기. 위 사진은 매물 정보와 상관 없습니당... 콩쥐새댁

이때 눈탱이 맞을 뻔한 일을 깨닫는데

1. 부동산 사장님 차를 타고 이동해 지하철역과 도보 걸음을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것(갈 때 깨달았다. 지하철역과 도보 15분인 것을...)

2. 유명 초등학교 배정이라는 말을 믿었는데 알고 보니 해당 동부터는 다른 초등학교 배정이었다는 사실!!


요즘엔 포털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매물 정보가 상세히 올라오기 때문에 조금 더 검색해보면 알 수 있지만 진짜 뭐에 홀린 듯이 놓칠 뻔했던 기억이다. 내가 본 그 동부터 다른 초등학교 배정인걸 부동산 사장님은 아주 잘 아셨을 텐데 “학군이 좋은 아파트여서 빨리 잡아야 한다. 계약금 준비됐냐”고만 물으시기에 계약을 거절했다. 정말 눈 뜨고 눈탱이 맞을 뻔했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 아파트에 대해서도 정.뚝.떨이 됐다는 것. 집도 인연이 있다는 말을 믿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부동산을 찾아 헤매는데, 매수 대기가 과열될수록 무조건 자기 매물만 소개해주거나(매수 매도 수수료를 다 챙기기 위함) 매수대기자가 많다고 바람잡이를 하는 등 너무 안 좋은 부동산 분들을 두 분 더 봤다. 심지어 한 분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로만 유도... 믿음이 가질 않았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신뢰가 가는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이틀간 집을 찾아 헤매다가 아무 성과 없이 돌아왔는데, 친정에 들어가 살아야 하나 걱정까지 들었다.


마음에 쏙 드는 집 만나기가 배우자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났듯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게 됐는데 다음 편에 이어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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