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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쥐새댁 Nov 10. 2020

등기 치던 날, 드디어 부동산 계약이 끝났다

앞서 소개했던 집 매수기의 끝이 보인다. 바로 등기를 치고 며칠 뒤 등기부등본에 이름을 올리면 복잡했던 부동산 계약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 단순한 두 문장 속에 수많은 신경전과 눈치싸움이 들어있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깨달았다.


1) 대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주로 거래하던 은행, 금리가 싼 은행 등을 백방으로 알아봐야 했다. 주변에서는 보험회사를 통한 담보대출이 이자가 싸다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정석대로 하기로 한 다음 주거래은행과 회사 옆 은행, 그리고 금리가 싸다고 알려진 은행 등 세 곳에서 대출금리 견적을 받았다.


방식도 여러 가지였다. 영업점을 직접 찾아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 전화로 대출상담사를 통해 신청한 뒤 은행 밖에서 만나는 방식 등이다. 우리는 회사가 여의도여서 모 은행 여의도 본점을 찾아 대출을 받았다. 담당이셨던 분이 우리 집 인근 아파트를 최근에 매수했다고 해서 동네 이야기를 하면서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대출이 실행되는 시점에 부동산 시세가 규제 기준액을 넘는지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리는 지난해 12.16 대책(LTV가 9억 이상 대출은 9억 초과분에 대해 20%, 15억 이상은 대출 불가) 이전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잔금을 치르는, 즉 대출을 일으키는 시점은 1월이었기 때문에 규제가 많이 신경 쓰였다. 은행에서도 새 규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 어려워 대출 실행 시점에서는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만약 잔금 당일 부동산 담보 대출이 예정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계산을 꼼꼼하게 해둬야 했다. DTI로 잡히지 않는 회사 저리 대출 등을 미리 신청해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대출은 문제없이 승인이 됐고, 법무* 어플로 견적을 낸 뒤 대출 지점에 부탁해 해당 금액의 법무사를 소개받아 잔금 계약을 진행했다.


2) 복비

부동산 계약에서 복비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푼이 아쉬운 마당이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매도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듯한데, 우리가 계약을 했던 시점은 매도자가 완. 전. 우. 위였다. 그래서 일단 마음에 드는 매물을 잡는 게 우선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부동산 복비에 대한 협의는 구체적으로 끝내지 않은 상태였다. "잘해 드릴게"라는 말만 믿고(읭?) 일단 지금 집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애를 썼는데, 그러다 보니 계약서를 쓰는 당일에도 복비 협의를 못해 '최고요율'로 써 놓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에 이른다..... OMG


타이밍을 재며 언제 네고를 해야 할지 보다가 결국 잔금 전날 전화로 아주 상냥하게 여쭤봤다. 갑자기 "바빠서 이따 전화할게요"라고 끊으시던 사장님 때문에 진짜 몇 시간을 쫄아있었다...ㅠㅠ 다행히 다시 온 전화에서 사장님은 우리가 소개로 왔다는 점을 얘기하시며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보다 좀 더 낮게(현금영수증 발급비용 포함) 해주셨다. 다행이었다. 계약 과정에서 답답한 점도 많았는데 이사한 집에 왕창 큰 휴지 선물 박스도 보내주시고 그러셨다.


3) 이사날짜

앞서 글에서 소개했듯 우리는 집을 먼저 팔고 매수를 진행한 케이스다. 그래서 기존 집을 팔 때 매수자의 입주 조건에 맞춰주느라 덩달아 우리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매도자를 찾아야 했다. 만약 하루 이틀 여유가 있었다면 이곳저곳 손 보고 싶은 곳들이 있었지만(하물며 입주청소라도...) 도배 장판도 하지 않고 그냥 이사를 해야 했다. 물론 집을 구경할 때 손을 하나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올수리 된 집을 찾긴 했었다.


이사 갈 집주인이 양해해주지 않아서 그날 당일 맞이사가 진행됐다. 우리가 오전에 짐을 빼면 그곳으로 신혼부부가 들어오고(우리도 신혼부부지만 에헴) 잔금 계약을 부동산에서 마무리 한 뒤 점심시간이 지나 우리는 새로운 집주인과 계약을 마무리짓고 짐을 푸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들어올 신혼부부는 이틀 뒤 이사를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빈 집을 꼼꼼히 확인시켜주며 계약을 마무리했다. (서로 잘 사세요~ 건강하세요~ 덕담을ㅎㅎ) 이삿짐 직원분들이 점심을 일찍 드셨다며, 먼저 문을 열어주면 짐은 안 내리고 스팀 청소만이라도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이사 갈 집주인들은 이미 전날 이사를 나갔던 것이었다. 고로 빈 집이어서 잠시 청소만 하게 해 주면 좋았으련만.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이삿짐 절대 안 내리고 스팀 청소만 먼저 하겠다고 해도 "안된다"라고 하고,

계약 당일에 집 명의인 와이프 대신 남편분이 나오셔서는

우리가 이체한 돈을 바로바로 확인 못하고.... 암튼 시간이 꼬여버려서 이삿짐센터가 좀 대기를 해야 했다.

야박한 세상....

우여곡절 끝에 이사도 무사히 마쳤고, 짐 정리된 집 발코니에서 남편과 부둥켜안고 "성공했다!!!"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금액이 하루에 왔다 갔다 하고, 온갖 신경이 곤두서 있던 터라 덕분에 나는 이사 다음날 이틀을 꼬박 앓아누웠다.


그렇게 1주 뒤쯤 등기가 도착했다. 다음 편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남의 눈에는 그저 그렇겠지만) 우리 눈엔 너무 예쁜 우리 집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집이 주는 만족감은 명품을 사고, 맛있는 것을 먹고 뭐 등등의 행복감과 비교 따위가 되지 않는 안정감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꼭 비싸고 좋은 집이어서가 아니고 저마다 원하는 집, 저마다 현실과 타협해 만드는 조건 속의 집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집 역시 남편과 나의 경제적 사정과 출퇴근 거리, 우리가 원하는 거주 조건 등 우리의 기준에서는 최고의 집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집에 오면 둘 다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남들 눈에는 한 참 모자랄지 몰라도 말이다. 고마워 집아! 따뜻한 보금자리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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