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인형
아이는 벌써 이렇게 자랐다. 태권도가 초록띠이고, 1학년 동생들이 있는 2학년 형님 반에 다닌다. 올 해가 지나면 10대의 나이가 된다
딸아이의 영어 숙제를 도와주는 나는 항상 티격태격한다. 숙제를 하면서 딸은 몇 번 운 적이 있다. 공부는 안 해도 되는데 영어는 꼭 해야 한다고, 나는 앞뒤가 안 맞는 논리로 영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 영어 학원에 가는 건 좋은데 숙제가 많아 영어를 싫어할까 걱정이다. 그래서 영어를 사용하는 하와이가 그립긴 하다. 아이에게 공부가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고 싶다.
항상 놀아달라고 귀찮게 하는 아이가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아빠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딸이 좋다.
나는 아이를 일부러 혼자 재우려 하지 않는다. 몇 번 시도했지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 혼자 잘 꺼야!' 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갈 것이다. 같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 함께 하고 싶다. 누구를 만나고 사랑하고 떠 날 날이 금방 오겠지? 그게 인생이니까.
아이는 부모와 같이 잘 때도 제시카를 옆에 두고 잤다. 제시카는 딸이 최고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이다.
이름은 여성스러운데 곰순이가 아닌 곰돌이다. 용인에 살던 시절 제시카라는 이모가 사준 인형이라 그렇게 불렀다. 공항에서도 기내에서도 함께했다
하와이를 떠나 도착한 도미니카 공항의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뭔가 꼬투리를 잡아 보려는 것인지 업무의 특성인지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다. 공항 검색대에서 딸아이는 인형을 빼앗겨 울었다. 다른 곳에서는 보안 검색대를 인형과 함께 통과했는데, 이곳에서는 제시카를 검색대 엑스레이에 혼자 통과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서 말이다.
하와이 열방대학 안에는 부띠끄 샵이 있다. 번역하자면 양품점 또는 가게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물건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은 가져오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놓고 간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 활성화가 잘 돼있다. 우리도 이곳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가져다 쓰고 떠나 올 때 물건들을 놓고 왔다. 특히 하와이 의상이 많아서 사지 않고 거의 가져다 입었다.
개구리 인형은 하와이에서 딸이 가장 아꼈던 인형이었다. 부띠크 샵에서 득템 했다. 그러나 어느 토요일 늦은 시간에 개구리 인형을 잃어버렸다.
빅아일랜드 북쪽 코할라 로드쯤에서 경치를 보려고 내렸을 때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딸아이 품에 있던 개구리 인형이 잔디밭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알고 우리가 들렸던 곳을 추적해 가 보았다. 점심식사를 했던 용스 갈비와 잠시 멈췄던 뷰포인트에서 찾기 시작했다
주말에 개구리 인형을 잃어버린 후 돌아온 월요일, 어쩐 일 인지 전체 모임과 수업이 모두 취소됐다. 이유는 토요일에 계곡으로 놀러 갔던 학생 한 명이 실종되었고, 발견되었지만 안타깝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비슷한 시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딸의 인형을 못 찾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는데, 성인이 다 된 소중한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이제 제시카의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존재한다.
친구들
다른 인형들...
인생을 계속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순간들과 마주할 것이다.
평생 같이 할 것 같은 소중한 그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 온다.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이 더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