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몰입
모두가 잠든 새벽 오늘은 큰 행사가 있는 날이다. 아내와 딸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닫고 나선다.
철인 3종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나 그것을 지켜보는 관중 모두 오늘은 극한의 몰입을 경험한다.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에 철인 3종 경기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인기 스포츠 종목이 되었다. 영어 표기로는 '3'개를 뜻하는 '트라이'와 '경기'를 뜻하는 '애슬론'의 합성어인 트라이애슬론이다
10월 11일 토요일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이날을 위해 선수들은 열심히 달렸을 것이다. 모두들 숨 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three,
two,
one! 힘차게 물살을 헤친다
출발점은 킹 카메하메하 호텔 앞 카일루아 피어이다. 수영을 시작으로 사이클 마라톤 순으로 진행된다.
수영(3.9km), 사이클(180.2km), 마라톤 (42.195km )
아침 7시에 시작된 경기는 밤늦게 까지 진행된다. 선두 그룹은 9시간 정도면 결승점에 도착 하지만 늦은 그룹은 밤 12시 이후에도 들어온다. 자신과의 긴 싸움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그들은 왜 뛸 까?
내가 처음 달리기 대회를 도전한 것은 결혼 초 때의 일이다. 뭔가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차였다. 가장 짧은 코스인 5km였지만 달리는 내내 힘들었다. 아니 달렸다기보다는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의 계획은 대회 날에 맞춰 거리를 늘려가며 달리기 연습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으로 끝났고 연습 없이 당일 5km를 뛴 것이다.
운동의 기록이 자신이 얼마나 연습했냐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살아온 나의 결과 물인 것처럼 말이다.
그 이후 직장 오너의 고비사막 레이스 참가로 인해, 직원들은 아침에 달려야 했다. 난 좋았다.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운동도 할 수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야탑 탄천에서 시작된 운동은 판교 금토천과 화랑 공원에서도 이어졌다
난 10km 달리기를 두 번 참가했다. 처음엔 1시간이었던 기록이 40분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달리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나는 달리기를 멈췄고 동시에 몸이 조금씩 불어났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오늘이 그날이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내 삶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결과를 바꾸기 위해 오늘은 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