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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Jan 20. 2024

영화를 혹시 빨리 감기로 보나요?

#7_시간 가성비, 실패하지 않을 권리가 중요한 사람들


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나다 도요시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영화는 1.25~1.5배속, 그 외 유튜브/예능/드라마 등은 2배속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배속 기능이 생긴 뒤로는 정배 속으로 봐야 하는 TV를 볼 일이 좀처럼 없어졌고 영화관도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빠른 배속으로 보는 이유는, '그래도 들리니까' 기왕이면 시간을 가성비 있게 쓰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저자는 영화 배급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영화는 예술 작품입니다. 그러니 감독이 매 초마다 의미를 부여해 만든 작품을 '대사가 없다고 건너뛰는' 사람은 예술을 보는 안목이 없는 가성비주의자인 거지요. 


방대한 시간을 들여 몇백 편, 몇천 편의 작품을 보거나 읽는 과정,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만의 관점을 얻는 과정, 결국에는 인생작을 만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24p)


숏츠, 릴스 등 1분이 넘지 않는 영상들을 제치고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보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 낭비했다는 아쉬움이나 실패감을 느끼기는 더 싫은 일이죠.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영화, 내 취향을 간파한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화를 보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단순히 관점이 없는, 시간 가성비형 인간이라고 묶어버려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볼 것이, 너무나 적은 시간이, 너무나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영화감독이 대사가 없는 10초를 의미해 넣었다 해도, 고요한 10초쯤은 넘겨버려도 되는 자유가 있습니다.


보고 담론을 나눌 것도 아니고, 논문을 쓸 것도 아닌데 그냥 가볍게 보면 어때서.


200페이지가 넘게 "영화는 예술 작품이며, 콘텐츠 소비하듯 마구잡이로 보고 치우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책을 읽어도 저는 정배 속으로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여전히 제게 영상은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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