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높은 하늘, 그 가장자리에 내가 있다. 눈 부셔 올려다보지도 못하고 나뭇잎만 바라본다. 참 정갈한 날이다. 바람도 없고, 먼지도 없는 깨끗한 공간이다. 빛만 무리 지어 난무하고 있다. 아마 그 속을 헤집어 보면 다양한 빛깔들이 춤을 출 듯하다.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다. 바람이 그립기까지 하는 지금의 날씨,-아마 하루만 지나면 엄청나게 변해 있겠지만- 그 아래 서 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늘을 찾고, 기억들을 쫓는 모양이다.
너무 청명하다. 그 청명함이 우리들의 마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렇게 주저앉아 있다. 앵글을 하늘에 맞추고.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 주고 있다. 우리가 영원을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이제 조금 힘을 내어 또 길을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길 속에 오르막이 있으면 가끔 정상에 올라 뒤도 돌아다 보고, 앞길을 가늠해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내 오늘은 내 안에 있다. 내 내일도 내 안에 있다. 우리들의 삶이 살아온 것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버리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끼고, 보듬고, 인정하고,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