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진 May 03. 2024

오월에


길을 나섰다가 오월을 만났다


따가운 햇볕이 살갗을 힘들게 했고


더욱 뜨거운 장미의 빛깔이


계절에 맞닿아 있었다


갑자기 시야에 다가온 백색의 향연,


온 산이 아카시아로 무리져 있었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담장마다 줄장미가 서로의 붉음을 경쟁이라도 하는 듯


사람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고 있었다


이제 봄은 차츰 희미한 자취로 스러져 가고


그늘이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모자를 쓰지 않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들고


가능하면 건물 안에 머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월이 장미와 아카시아 그 사이에서


우리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열정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무거운 날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