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이 가을에

by 이성진


생명체들의 삶이 경이롭다

여름에 열매를 달았던 것들이 가을이 되어

다시 열매를 다는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질긴 염원으로 보인다

여름까지 만들어낸 열매가, 그 씨앗이 미덥지 못하여

이제 생명이 다해가는 가을에까지

씨앗을 남기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보인다

모든 생명들의 생리가 아닐까 여겨진다

오늘 뽕나무를 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여름에 딸기와 함께 따 먹던 오디를

오늘 보게 된 것이다. 그것도 까맣게 익어

떨어지면 바로 땅 속에 들어가

다음 해를 준비하는 씨앗이 될 터였다

그 생명이 어떻게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다시 나무로 태어나는가는 살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이 가을에 씨앗을 맺고 있는

뽕나무가 경이롭다. 그 씨앗인

오디가 이 시간에 경외감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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