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에 기거한 지도 꽤나 오래된 듯하다. 3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으니까? 생각 외로 표선이 따뜻한 공간이 되고 넉넉한 공간이 되어주는 듯해 행복함이 가득 머무는 삶이 되고 있다. 좀 더 있으면서 이곳에서 봄을 보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그 또한 기껍다.
이번 서울에서 지인들이 내려와 숙소에 같이 머무는 3박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먼저 머물고 있었던 관계로 안내를 하고 분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내게 주어졌다. 관광이 주된 목적이 되고 동영상 촬영이 부차적인 일이 되는 지인들의 일정을 엮어 드리는 시간은 내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는 날은 오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기에 숙소인 표선으로 넘어가는 일정이 되어야 했다. 표선으로 넘어가는 길에 성읍민속마을이 있어 잠시 들르기로 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바람이 너무 불고 추워 돌아다니는 일에는 심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관광보다는 따뜻한 찻집에서 잠시의 시간을 가지고 표선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린 표선의 할망 밥상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오는 시간을 가졌다.
할망 밥상은 체인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고기를 구워 나오는 것이 가장 특징인 밥상이다. 넉넉한 고기 인심이 할망 밥상에 담겨 있다. 제주, 산방산 근처, 모슬포에도 체인점이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제주에서는 찾아볼만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격이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 그 정도의 식사는 호강이라는 생각도 한다.
2일째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산방산 쪽으로 나갔다. 용머리 해안을 구경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용머리 해안은 쉽게 그들의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조금만 바람이 불고 물결이 거칠면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입장이 금지되는 것이다. 제주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용머리 해안, 당일 아침에 연락을 해보니 입장이 가하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만일 그곳이 거부를 당하면 송악산을 돌면서 가파도, 마라도를 구경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번 자주 거부를 당했던 용머리 해안을 이 번은 볼 수 있어 일정이 화려해질 수 있었다.
용머리 해안에서 기꺼워하는 일행들을 보는 일은 기쁨 자체였다. 한 바퀴를 돌면서 기이하게 만들어진 해안의 돌들을 보는 일은 하루를 만족감에 젖게 했다. 그곳에서 나와 우리는 모슬포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은 우사미 뷔페에서 먹었다. 회와 초밤이 있는 뷔페, 착한 기격으로 그들을 만날 수 있음이 즐거워지는 식당이었다. 우리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한 공간이다. 모슬포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이 번엔 그곳에 작정을 하고 찾아갔다. 즐거운 식사가 된 듯해 그 또한 기꺼운 마음이 되었다.
숙소인 표선으로 돌아오는 길에 쇠소깍에 들렀다. 그곳 가까이에서 지인과 면이 있는 이가 과일 가게를 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쇠소깍을 구경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과일 가게에서 지인들은 천혜향을 구입해 제주에 온 흔적을 남기는 일을 했다. 두고 온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업을 행한 것이다. 두루 보람을 가지는 일정은 아름다운 쇠소깍과 더불어 시간이 흘렀다. 저녁은 표선에 와서 해비치 근처에 있는 돈씩 당에서 먹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일정에도 없는 저녁 식사 자리였다. 지인의 제주에 사는 지인이 찾아와 이루어진 자리였다. 점심을 거하게 먹었기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계획했는데, 어쩔 수 없이 또 포식을 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2일째는 그리 흘러갔다.
3일째는 표선 가까운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생각 외로 표선 가까이도 멋진 공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과 안내를 하며 엮어가는 하루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되었다. 표선에서 상산으로 나가는 해안 도로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카페에서 바다를 주우며 시간을 흘리기도 하고 철새 도래지에서 제주 제2 공항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안타깝고 절실한 마음이 혼재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자연의 멋스러운 경관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일행 중에 일출봉에 오르는 일이 힘겨운 상황이 되는 이들이 있어 우도가 바라보이는 전망대까지 걷고 일출봉을 만끽했다. 그 정도도 우리들에겐 행복에 겨운 일이었다. 일출봉이 건네는 사랑을 마음에 넉넉하게 간직하고 우린 잘 가꾸어 놓은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유채꽃을 즐겼다. 향기와 기른 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유채꽃을 마음에 품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가성비가 좋은 한식 뷔페였다. 맛이 좋다고 일행들이 그 음식을 평했다. 행복한 식사가 되었다.
점심을 끝내고 섭지코지로 행했다. 바다로 돌출된 언덕, 기이한 생명들의 보고인 섭지코지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일출봉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도 가치가 있는 멋진 공간이다. 둘러볼 수 있는 길도 잘 다듬어져 있다. 많은 여행객들이 일행이 되어 그 공간에서 스쳤다. 더불어 생각을 하면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대에 오르기도 했고 카페 건물에 들르기도 했다. 걸음을 가능하면 줄이고 두루 많은 곳을 보길 원했고 그렇게 걸었다. 섭지코지는 그렇게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섭지코지에서 나와 혼인지에 들렀다. 제주의 시원을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제주시에 있는 삼성혈과 어울려 제주의 시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궁 구해볼 수 있는 곳이다. 벽랑국의 세 공주가 그곳에서 제주의 3성 인과 혼인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도 전통 혼례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잘 다듬어져 있어 가꾸는 이들의 마음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혼인지는 그곳의 물만큼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 역사와 전설이 혼재된 소중한 유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날이 맑고 따뜻했다.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낯선 길을 가보자는 생각을 했고 가다 보니 성읍민속마을 가까이에 이른 것을 알았다. 오는 날 추위 때문에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고, 저녁 식사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는 마음에 성읍에 다시 들리기로 했다. 그곳에서 마을과 집을 제대로 만나는 시간이 따뜻한 날씨처럼 이루어졌다. 기꺼운 시간이었다. 초가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성읍을 떠나 번영로를 달려 표선 면사무소 가까이로 갔다.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당은 주로 착한 가격과 맛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이곳에서 머문 시간들이 많기에 익숙한 자리가 되고 안내도 즐겨할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 그러기에 선택과 만남이 중요한 때다. 먹는 것에서 마음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기꺼운 자리가 되고 관계가 된 듯해 흡족하다.
4일째, 지인들이 그들의 삶의 현장인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늘은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 제주에서 꼭 만났으면 하는 공간, 이호태우 해수욕장 옆에 있는 목마 등대다. 꽤나 알려져 있는 것이고 곳이다. 오늘은 그곳에 가보고 섬의 머리에 해당하는 도두봉에 올라봤으면 한다. 그렇게 예정하고 있는데,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나면 그 모든 일들이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오늘이 지난 시간, 넉넉한 마음으로 제주를 기억할 지인들을 떠올리며 내 삶도 풍성하게 되어 있지 않을까?
새벽 2시가 지나는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 스스로를 보면서 지난 며칠의 시간들을 추억해 본다. 서로 잘 나누었던 시간들이라 여겨진다. 내 마음이 이리 넉넉해져 있으니까? 사람들의 어울림은 삶을 진솔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고운 마음들이 홀씨처럼 흘러 다니지 않을까 마음에 다가와 앉는다.
# 우사미 뷔페(가격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했다. 우리 사랑님이 미쳤어요에서 단어의 첫글자를 딴 가게명이다. 기작해 옮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