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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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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빨간 날, 집에 머물며


흡족함의 시간을 보낸다


숱한 생각으로 과거와 미래를 가져와도


숱한 기억으로 찬란함을 안고 살았던 사람들을 떠올려도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사라져버리는 내 눈을 본다


아무것 가지지 않아도 좋다


아무것 얻지 않아도 괜찮다


초연에 안개비까지 섞여 날려도


바람이 지붕을 가져갈 듯해도


내 심연의 깊은 곳에선


수용과 인정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난 이런 걸음이 좋다


오늘은 별일을 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읽고 듣는다


타인들에게 내 시간을 저당 잡히지도 않는다


빨간 날, 마음에 햇살이 드는 날


넉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사가 다가오고 종교가 말을 걸어와도


아쉬움과 미련을 만들지 않는


내 노래는 하얀 빛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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