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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꺾기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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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기를 하면서 멋진 추억 만들기를


또 하나 가지게 된다


4, 5월이면 온 오름과 들판에 새싹처럼 돋아나는


잎사귀가 콩알처럼 줄기 끝에 달린


고사리를 채취하는 일이다


고사리를 꺾는 맛은 낚시를 들어 올릴 때의


묵직하고 상큼한 맛이 있다


산야의 싱그러운 풀잎들과 더불어


아리따운 공기를 폐부 깊숙하게 넣으며


넉넉한 손맛을 만나는 일은


삶의 가운데서 만나는 오묘한 즐거움이다


4월을 보내고 5월을 만나면서 내 걸음은


싱그러운 기운이 이는 제주의 오름을 부단히 찾는다


그 걸음의 끝에 지인들을 향한 사랑이 녹아 있고


삶의 기운이 충만해져 있다


제주에 살기를 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추억이 만들어진다


오름이 힘겨운 오름이 아니고


노루처럼 가벼운 달음질이 되게 한다


풀잎들 속에 진한 손맛을 만나며


정겨운 눈빛을 지닌 지인들을 보게 한다


새롭고 기꺼운 세상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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