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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오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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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표선을 오가면서


번영로를 자주 타게 된다


이 번영로는 잘 닦인 길이 남원 조천을 잇는 남조로와 더불어


제주도의 북쪽 근간을 이루는 산간도로가 되어 있다


경관이 좋아 길을 다니면서 흥겹기가 이를 데가 없다


바다와 오름은 그 경관의 실체가 된다


그 길 한 모서리에 백약이 오름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고


그 오름이 언젠가부터 마음에 새겨졌다


저리로 들어가면 말로만 듣던 그 오름을


찾아볼 수 있겠구나 의식을 하며


숱한 시간이 흘렀다


기회가 되어 그 길에 들어섰다


차로 들어서니 그곳으로는 백약이에 갈 수가 없는 듯


다른 건물과 차로가 막힌 상태였다


아마 그곳으로는 뚜벅이 길은 듯


돌아 나와 대천동으로 안내하는 길을 따라 백약이로 갔다


백약이는 백 가지의 약초가 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나


고사리를 비롯한 숱한 풀들이 이름을 증명이나 하듯


오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름은 알려진 이름만큼이나 잘 가꾸고 있었고


주차장은 관리비도 받고 있었다


아마 오름 관리를 위한 조치이겠지 하는 마음에


기쁨 마음으로 카드를 건넸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기꺼웠다


오를수록 넓어지는 시야도 시야지만


곳곳에 산재한 기화요초들이 계절과 더불어


빛들의 나라를 만들고 있었다


좋은 때, 좋은 곳에 오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름을 걷는 걸음이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듯


나도 자연을 일부가 되어


백약이와 함께 하고 있었다


기회가 있으면 자주 와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사리 하나를 꺾어 보았다


번영로 가까운 곳에서 고운 산 하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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