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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 오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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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에 지니고 있었던 오름

주변의 오름에 오르면서 꼭 한 번 가고자 했던 오름

기회가 와서 찾게 되었다

사람들의 수고가 가득히 느껴지는 계단 오름을 오르면서

높이와 다듬은 길이 어울려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를 보면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세화가 앞에 보이고 종달리가 옆에서 속삭이는 오름에서

지난 시간의 아픈 기억들을 상기하고

나뭇가지에 맺혀 있는 상처를 어루만졌다

이제 그 흔적들이 나무들로 남았지만

그 아픔은 내 마음에는 영원하리라 여겨진다

분화구를 둘러보는 능선에서의 걸음은

나 자신이 겸허해지는 것을 실감케 했다

대단한 규모의 분화구, 기묘한 나무들, 우거진 겨울 풀들

그들이 바람과 어울려 가슴에 눌림으로 다가왔다

난 기이한 걸음을 계단과 함께 했다

오를 때는 지난한 쓰림이더니만 내려올 때는 또

정상에서의 기분이 연장되었다

다랑쉬 앞에는 작은 다랑쉬가 있었고

그곳은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또한 나에겐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

길을 만들어, 걸으며 스스로의 얼굴에 머무는

웃음도 함께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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