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방풍림으로 울타리를 삼은
제주 표선의 한 공간에서 물기 젖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하루의 시간을 무심하게 보낸다
비가 참 많이도 온다
제주는 눈비가 내리면 한라산, 중산간 등은
늘 일기 뉴스의 중심을 탄다
보통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물들이 아니다
제주는 비가 오면 무수천이 유수천이 되어 있고
평소 어디서든 바라보이는 한라산은
자욱한 운무로 쌓여 신비롭게 변한다
지척인 듯한 섬의 중심이 아득히 멀어지는 날
숱한 정령들의 세상이 된다
오늘은 뉴스에선 특보로 제주의 비가 전해지고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거리로
걸음을 옮길 수 없는 시간들이 되고 있다
어느 곶자왈에서는 고사리가 비를 맞으며
빨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게다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을 게다
대단한 비가 내리는 제주 표선의 한 공간
창문에 흐르는 빗물 너머 천지가 아득하다
원래 그곳에는 한라산이 있었는데
지금 내 눈엔 없다
화면을 누비는 제주의 높은 지역, 시간도 멈춘 상태
내 시간도 정지되어 방풍림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