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by 이성진

오랜만에 볕도 좋고 몸도 나른하고

잘 가지 않는 옥상에 올라 보았다

책을 많이 보다가 눈이 피로하면 가끔씩 오르는 공간

그러기에 많은 기회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 서면

경우에 따라 난 더 넓은 세상을 느낀다

책 속에 갇혀 있었던 세상이나

가족들의 울타리에서 바둥대는 세상

친지들, 친구들, 지인들의 세상을 떠나

꿈꾸는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 같은 날이 그런 날인 듯하다

너무나 그 세상이 경이로워

운동을 멈추고 집에 내려가 카메라를 가져왔다

어느 누구의 사랑인지

빨랫줄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고

그 위론 하염없이 넉넉한

파아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인간의 작은 마음을 잣대론 떠올릴 수도 없는

기이하고 큰 세상이 그 속에 있다

아예 생각을 멈추고

그 속에 나를 묻어가며 작은 사랑이라도

기억하고자 다시 빨랫줄로 눈을 돌린다.

따뜻한 불빛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