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필요한 자료가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분석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분야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미 목록화되어 있고 인덱스로 정리되어 있는 자료의 경우에도 해당 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자기만의 목록과 인덱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김영민, 「자기만의 인덱스를 만드는 것이 좋다」
글은 정지되어 종이 위에 올려져 있다. 움직이지 않기에 그 상이 명료하다. 글이 명료하다는 것은 사실 그 글에 담긴 생각이 명료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명료한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을 다듬는 행위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처음 만난 사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고 얘기한다. 듣기 좋은 말임과 동시에 나를 부끄럽게 하는 말이다. 꾸준한 평범함이 비범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글을 썼지만 역시나 현생에 치이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쩌면 ‘꾸준함 + 평범함 = 비범함’이라는 공식은 반쯤 증명한 듯하다. 글을 쓰는 시간은 부유하는 생각을 종이 위에 정착시키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지 못한 지난 시간은 그 만큼 좋고 나쁜 생각이 자리잡지 못한 채 공중에 떠다니는 시간이었다. 흐리멍덩한 뇌를 들고 다니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글을 시작하게 된 건 경찰서 울타리를 지킬 때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로서 차단기를 올리고 내리는 일은 꽤나 막중한 임무였다. 청사의 보안을 지키는 일이란… 멍하니 차를 쳐다보는 시간은 자연스레 괜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눈은 도로를 향해 있지만 머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갔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적고, 글로 옮기게 되었다.
글을 쓰면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머릿속으로만 떠다니는 생각이 손의 운동으로 인해 종이에, 컴퓨터에 각인된다. 머리는 손의 운동을 기억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어쩌면 그러한 작은 운동들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올려둔 글은 소중한 인덱스다. SNS 계정이 해킹되었을 때, 내 기억을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던 건 사진과 글이 그 당시의 상황과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억의 인덱스를 잃는 건 즐겨찾기 없이 메모리 바다 속에서 파일 하나를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등지고 살기 위함이다. 여유가 없어도 여유 있는 척하면 여유가 생긴다는 말을 한 스스로에게 당분간은 당당해지기 위함이다. 평범함이 가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믿음을 이어가고 싶다. 은연중에 아름다웠던 무언가가 형체를 감추기 전에 그 상을 잡아보고자 한다.
포트폴리오라도 다시 만들어야하나…라는 잡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