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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an 10. 2021

어른답지 못한 하루

오늘도 그리 잘하지 못했다.

마음속이 나쁜 것들이 가득 들어찼다.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어 한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하지만 낮잠이라는 하루의 커다란 쉼을 놓지를 못하고 꾸역꾸역 애를 써서 아이를 재웠다. 하루 중 아이와 다투는 때는 낮잠 재울 때 그리고 밤잠을 재울 때뿐이었다. 하루 동안 겹겹이 쌓아온 좋은 관계는 잠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순간 모두 공중분해돼버리고 만다.


오늘도 여전히 그랬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 짜증을 부리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냈고 그럼에도 아이는 잘 생각이 없는지 웃고 말하고 돌아다니며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오늘은 자지 마’라고 말하고 만다. 다정하게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결코 그러지 못했다. 화를 내고야 만다.


그때부터, 그렇게 나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쏟아내 버린 순간부터 나의 컨디션은 나락으로 치닫았다. 문제는 밤잠을 재우면서이다. 낮잠을 자지 않았으니 일찍 자겠거니 했던 작은 기대는 한여름 땡볕에 속절없이 녹아드는 아이스크림과도 같이 녹아내렸다. 아이는 밤에도 역시 잠자리에 들 생각이 없었다. 하루 종일 버틴 지치고 지친 정신에 구멍이 났다. 결국에는 아이 앞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제발 제발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으며.

그렇게 나는 오늘도, 오늘 하루도 어른 답지못했다.

인형을 안고 울다 잠이든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가증스러웠다. 가슴이 찢어지다니 그렇게 화를 낼 때는 정신없이 아이를 몰아붙일 때는 그런 생각 따위 못하고서 이제와 가슴이 찢어진다니. 이미 아이의 내면은 나의 눈빛으로 생채기가 나고, 내가 뿜어대는 기운으로 마음이 수도 없이 뭉개져 너덜너덜 해 졌을지도 모르는데.  이제야 미안하다니. 가슴이 찢어진다니. 어른이 뭐 이래. 참으로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다.


‘엄마’라는 수식어를 내 이름 앞에, 내 인생에 달고 난 후부터 나의 하루하루는 후회와 번민으로 가득 차 버렸다. 매일 밤 나를 자책하고 부끄러워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런 시간을 모아 그런 인생을 살아버리고 만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꼭 화를 내고 울어버리고 나서야 가능한 나란 엄마, 나란 사람.


얼마나 더 자책하고 나서야, 얼마나 더 미안해하고 나서야, 얼마나 더 후회하고 나야 진짜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내 품이 넓어야 얼마나 던 단단해져야 아이의 세상을 다 담을 수 있을까.


오늘의 엄마의 밤도. 회개의 밤으로 채운다.

오늘도 나, 그리 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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