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 Feb 16. 2021

7년 만에 면접 본 사람.

자존감챙겨가며합시다.


면접을 보았다.
꼬박 7년 만의 면접이다.
경력이 단절된 지 5년. 그렇기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해 면접을 준비했다. 정말 ‘빡세게’ 준비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루 종일 육아에 묶여있다 아이가 잠이 들면 서재로 향했다. 그마저도 중간에 아이가 깨면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 일쑤였지만 잠들지 않고 다시 서재로 향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 뻔하니 노력이라도 가상하다 싶게 보여야 했다. 매일 밤 관련 연수를 듣고, 관련 책을 붙들었다. 이력서를 내고 나서는 내내 면접 예상문제지를 만들고 작성하여 매일 밤 혼자 면접을 보았다.


그렇게 준비한 첫 면접날. 면접장에는 면접자들이 조르륵 앉아있다. 핸드폰을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떨리는 마음으로 순서가 적힌 조그마한 숫자 종이를 양손가락으로 부여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사실 잘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긴장하게 될걸 알고  2시 면접을 기다리며 아침과 점심을 걸렀다. 긴장하면 배가 아픈 예민한 사람인지라 잘못 먹었다가는 면접장에서 화장실을 들락거릴 판이라 물외엔 입에 대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면접을 가려고 집을 나서기 위해 가방을 드니 배가 살 아파오기도 했다. 사람의 심리란 참 무서운 것이다.

그렇게도 떨리던 나의 마음을 가라 앉혀 준 것이 있었다. 얄궂게도 그것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다른 면접자의 손가락을 본 후였다. 유독 바들거리며 떠는 그 손가락을 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했다. 떨려서 긴장해서 뛰던 심장도 어느새 안정을 찾았다. 그 손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고 있었지만 나의 떨림은 미안하게도 멈춘 것이다. 나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그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의 심장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렇게 한 명씩 들어가 우리는 면접을 보았다. 면접장에서 우리는 철저히 완벽한 을이다. 그렇기에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고 눈동자에는 확신이 깃들어야 하며 옷차림은 단정해야 하고 태도는 예의 발라야 한다. 최대한 곧은 자세를 유지한 채 면접지 질문에 한 가지씩 대답해 나갔다. 다행히 ‘빡세게’ 준비한 보람은 있었다.

그럼에도 면접장을 나오고 나면 늘 아쉽고 찜찜하다. 자꾸만 곱씹게 되고 상황을 리플레이 리플레이. 그러다 결국엔 면접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면접을 본 당일날까지 모아두었던 스트레스와 좌절 우울감등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겨우겨우 붙들어가던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들락거리던 관련 카페에서 이력서를 40곳이나 넣었는데 한 곳에서도 연락이 안 왔다던지 면접을 보고 왔는데 아무데서도 연락이 안 왔다던지 하는 말들을 하며 자존감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야기의 글을 자주 보았는데 나 역시도 그러했다.


나는 두 군데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한 곳에서는 면접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것이 내내 마음이 걸렸다. 서류에 있는 내 이력 중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나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경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라면 내게 아이가 있거나 기혼여성이기 때문인 걸까. 알 수도 없는 알려주는 이도 없는 문제를 혼자서 정답을 찾기 위해 내내 맴돌곤 한다. 게다가 두 곳에 이력서를 넣은 것도 내가 원하는 자리가 도무지 나지 않아 밤낮으로 구직 사이트를 서성이다 딱 두 곳뿐이어서 두 곳만 지원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 자존감은 어쩌면 밤낮으로 구직사이트를 뒤질 때부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딱 두 곳에만 이력서를 넣을 수밖에 없었을 때부터 그리고 겨우 넣은 두 곳 중에서 한 곳에서만 면접 연락을 받았을 때 그때부터 저 밑바닥에 붙어 버렸다.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니 이토록 내가 초라해 보일 수가 없다. 11년간 경력을 쌓아오면서도 이토록 초라했던 때는 없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나를 원할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시작되었다. 나의 복직 프로젝트, 올해 안에 꼭 다시 복직하리라.


나는 첫 면접에서 떨어졌고, 그 후 6곳에 이력서를 더 써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안함의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