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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Feb 05. 2022

창가에 앉아서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나'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

저는 어렸을 적부터 창가 자리를 좋아했어요.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좋아서 항상 자리를 바꾸게 되면 창가 쪽으로 가고 싶어 하던 학생이었어요.  뭐랄까 창가에 앉으면 시간이 멈추는 느낌도 받았어요.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보면 들리는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는 소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4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들까지 그 순간을 추억하면 지금도 아름답게 보인답니다.


창가는 지금까지도 좋아해요. 18년도에 이사를 했는데 그때 집을 처음 봤을 때 거실에 나있는 큰 창문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이사하고 나서 어머니께 부탁드려서 창가 앞에 작은 원탁을 구매해서 놓았답니다.


원탁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3층이라서 창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다 보이거든요. 직접 지나다닐 때는 보지 못 한 것들이 보이기도 한답니다. 흔들리는 나무에 있는 새들, 멀찍이서 걸어 다니는 고양이, 달리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같이 평소에 목적지에 가기 위해 보지 못했던 것들 말이죠. 타인의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 들리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신나 보이는 사람들의 감정이 바람 타고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사람들을 보기도 하지만 흐르는 시간이 보이기도 해요. 꽃이 피고 나비가 돌아다니지만 아직 약간의 추위는 남아있어 사람들의 옷차림에 외투가 있는 봄,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자주 오며 창문을 열었을 때 빗소리나 매미 울음이 들리며 더운 날씨 때문에 저녁에 해가 지면 나오는 사람들이 보이는 여름, 다시금 밀려오는 추위에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과 높은 하늘이 인상적인 가을, 세상의 색이 하얀색밖에 없는 듯이 눈으로 물들고 옷을 벗은 앙상한 나무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계절 겨울. 저는 이렇게 시간이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창가에 앉아서 다른 걸 지켜보듯 저는 가끔 마음의 창가에 앉아서 저를 바라보기도 한답니다. 저는 저를 예민하고 깊은 심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제 마음속에서 저를 가끔 들여다보지 않으면 금방 바닷속으로 잠기는 느낌을 받는답니다. 감정들이 저를 괴롭히고 나니까 저를 제일 잘 알아야 하고 알 수 있는 게 저뿐이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속에도 작은 창가를 하나 만들어서 저를 지켜보고 있답니다.


제가 보내는 시간들, 느끼는 감정들을 지켜보니 저를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확실하게 위로되고 나를 충분히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감정의 괴롭힘은 정말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때마다 내가 나를 알고 지금 상황을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이 저를 그 상황과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답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창가에 앉아서 계절을 느끼듯 천천히 꾸준하게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멀쩡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감정의 괴롭힘에서 이겨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마음에 창가 자리를 조그마하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나 자신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창가 자리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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